- 더는 자랄 수 없는 생의 꽃
진순희
곱사등이 화가가 그린
시들지 않는 꽃-연밥*에는
어느 사내의 절망이 들어있다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불면의 밤이 들락거렸다
앙상한 줄기에 매달리 연밥 네 송이
바닥으로 척추를 꺾었다
샤워기를 닮은 연밥
샤워꼭지는 한 방울의 물기조차 없다
어느 날 꺾인 줄기처럼
더는 자랄 수 없는 생의 꽃
마지막 생이 저렇듯
생기를 잃고
삶의 끝자락에서 아슬아슬 버틴다
그림 속 꽃병은 지금 마른 연밭이다
* 추락 사고로 제대로 자라지 않는 신체장애를 지닌 프랑스 화가 로트렉처럼 척추만곡(꼽추)이라는 불구의 몸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한국의 로트렉"으로 불리는 손상기(1949-1988)의 <시들지 않는 꽃-연밥>
<<착각의 시학>> 2015, 여름호
진순희 시인
서울 출생
2012년 계간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 수료
존 스튜어트 밀 인문고전 연구소 소장
진순희 국어논술학원 운영
제가 책을 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