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직한 계산법, 다이어트

가장 페어플레이한 정직한 게임이다.

by 진순희

이런 정직한 것을 봤나!


어제저녁 탕수육 먹었다고 요 며칠 애써왔던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가 버렸다. 공든 탑이 무너져도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가 있나.

+가 되도록 많이 먹으면 아주 투명하게 +로 반응하는 제대로 된 계산법이다.

다이어트는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 아주 냉정하고 공정하다. 가장 페어플레이한 정직한 게임이다.



다이어트는 엄마 찬스나 아빠 찬스도 통하지 않는다. 오직 나만의 찬스만을 써야 한다.

외롭고도 고독한 여정이다. 혼자 하면 정말 못해낼 것이 다이어트인 듯하다.

‘간헐적 단식으로 건강하게 살 빼자’는 <간단하게 살자>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그나마 지켜나가고 있는 셈이다.

뭐 하나 진득하게 하는 게 없는 나에게 딱 맞는 커뮤니티다.

의지도 약하고 평소 식탐도 많다. 남편 친구분 가족들이랑 황산 갔을 때의 일이다. 며칠 함께 지내면서 쉬지 않고 먹고 있는 나를 보더니 한 마디 했다. 삐쩍 마른 현민 씨 와이프가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그렇게 먹다 탈 나겠다고.


나이 들면 소화도 잘 안 되던데, 소화력이 좋으신가 봐요

하기에 움찔해서 잠시 먹던 것을 쉬었다 그 정도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오죽하면 우리 가족한테 당신은 쇠도 녹일 불가사리 위를 가졌나 봐라는 소리도 들었을까


20대 이슬아 작가도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안 된다>에서 말하지 않든가.

“배가 고프면 손이 떨리고 화가 나기 때문”에 허기가 지지 않도록 뭐라도 먹는다고. 20대 작가도 먹는 거에 치중하는 데, 살아온 액면가가 이슬아 작가보다 훨씬 많은 내가 먹는 거에 신경 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가슴부터 뛴다. 먹순이 기질을 갖고 있는 내가 14시간을 단식하면서 식사량도 줄여가며 조절하고 있다. 열흘만에 2킬로 감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다 ‘함께’여서 가능했다.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지만 먹은 것 인증하고 세 줄 다이어트 일지 쓰고 물도 많이 마시며 목표한 것을 지키려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비용을 들여 호들갑스럽게 하는 다이어트는 해봤어도, 소박하니 조용하게 하는 다이어트는 생전 처음이다.

누군가 “배 고파요” 하는 이모티콘을 보내면 서로 격려하며 지켜질 수 있도록 으쌰 으쌰 해주는 분위기다.

이 방에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라 따뜻함이 강물처럼 흘러넘치고 있다.

함께 하는 구성원들의 건강한 식단을 보면 따라 하고 싶어 져서 먹는 것도 절제하게 된다.

북경에 살고 있는 간단방의 방장 화몽님은 매번 건강한 식단을 올려줘 눈을,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 구성원들 모두 썩 괜찮은 식단들을 올리기도 하지만, 맛있는 빵과 아이스크림이 올라올 때도 있다. 먹고 싶은 것은 맘껏 먹고 그다음 날 조절하는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간단방 문의는 화몽님에게: https://bit.ly/2Thqrn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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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웃픈 현실을 직면했다. 냉장고의 음식이 줄지를 않아서 봤더니 그게 다 내가 간헐적 단식하면서 덜 먹어서였다. 퇴근한 아들이랑 가족을 위해 조리된 음식들을 실어 날랐는데,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낮에는 수업하느라 대충 먹고 퇴근하면 밤이 늦었어도 그때부터 천천히 식사를 해왔다. 냉장고를 열어 먹을 만한것을 차곡차곡 꺼내셔 넷플릭스 보며 우아하게 식사를 했다. 그동안 우리 세 식구 중에서 내가 제일 많이 먹어왔나 보다.


출처: Pixbay


다이어트하면서 내 마음까지 돌보게 됐다. “간단하게 살자”하면서 마인드풀니스까지 하고 있다.

마음 챙김 명상이라고 하는 마인드풀니스의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로 내가 하는 것은 걷기 명상과 호흡 명상이다. 효율을 중시하는 습관이 붙어있어서 그런지 걷기 명상과 호흡 명상을 따로따로 하는 게 아니라 걸으면서 호흡까지 하는 명상을 하고 있다. 일타쌍피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간단식하면서 마음 챙김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최고의 휴식』 을 읽으며 알게 된 마인드풀니스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간단하게 살자>에 몸 담고 나서는, 걸으면서 호흡에 집중하고, 건강한 음식도 신경 써서 먹고 었다.

다이어트좀 해보겠다고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해보지 못했다.

오늘 미용실에 갔더니 자주 오는 손님 한 분이 요즘 다이어트하시냐며 아주 슬림해졌다고 귀에 착 감기는 소리를 했다. 언제나 듣고 싶은 얘기에는 팝콘 냄새가 난다. 톡톡 튀며 고소한 것이 흐뭇해서 코를 벌름거리게 했다. 어제 가족한테 들었던 허망한 소리가 다 묻히는 기분이었다.


나: 나 좀 살 빠진 거 같지 않아요?.
가족: 글쎄...
나: 2킬로 빠졌는데요.
가족: 그 정도는 화장실 한 번 갔다 오면 빠지는 살이야. 그까짓 걸 뭘.



어휴, 말하는 본새 하고는.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사람들이 살 빠져서 젊어 보인다고 하니 그걸로 만족한다.

아주 정직한 계산법을 실행하고 있다.

특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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