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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03. 2020

데자뷔는 어떤 감정일까

책은 또 다른 책을 초대한다.

흔히 데자뷔 deja vu는 처음 하는 경험인데도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를 말한다. 기시감이라고도 하는 데자뷔는 이전의 것과 동일한 경험을 두 번 이상 겪어 기시감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을 때도 쓰인다.     



데자뷔라고 꼭 짚어서 말할 순 없지만 최근 책을 읽으면서 신나는 경험을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책에서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을 만났을 때의 당혹감이라니. 이것은 불쾌한 당혹감이 아니라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흐뭇함이었다.     



대니얼 네틀의 『성격의 탄생』을 읽고 Big Five 이론의 성격진단표로 내 성격을 검사하며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중이었다. 좋은 성격도 나쁜 성격도 없이 각각 지니고 있는 성격에 따라 조절을 하며 살아가면 되는 것임을 알았다. 심리학 공부하는 마음담론에서 10달째 공부하며 차곡차곡 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살고 있다.       


   

  

다른 책에서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을 만났을 때


심리학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Big Five 이론을 알게 되어 몇 편의 글을 써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이 이론을 만났다.

최고의 변화는 원자 같은 아주 작은 습관으로 변화된다는 이 책에서 만날 줄이야.   

        


우리가 지닌 고유의 유전적 요소들은 함께 묶여서 우리의 특정한 성격을 만들어 낸다. 우리의 성격은 몇 가지 특성들로 이뤄지며 이는 상황마다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성격에 관해 가장 입증된 과학적 분석은 ‘빅 파이브’ Big Five로, 행동을 다섯 가지 스펙트럼으로 분류한 것이다.      

1. 경험에 대한 개방성: 호기심 많고 창의적인 것에서 신중하고 일관된 것까지.

2. 성실성: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것에서 느긋하고 즉흥적인 것까지.

3. 외향성: 사교적이고 활동적인 것에서 고독하고 내성적인 것까지
(흔히 외향적 VS 내향적으로 알려져 있다).

4. 친화성: 친절하고 다정한 것에서 도전적이고 무심한 것까지.

5. 신경증: 성마르고 예민한 것에서 자신감 있고 안정적인 것까지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277~278쪽     




제임스 클리어는 유전자가 우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건 분명하다고 선언한다.하지만 자신의 성격에 맞는 습관들을 세우라는 조언을 하기 위해 성격을 끌어왔다. 다섯 가지 성격들이 생물학적 특성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신경증은 모든 사람이 다 갖고 있는 특성이다. 정도만 다를 뿐이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아니라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책에서 만났을 때의 짜릿함은 어디에다 비할 바가 못 된다.


“음, 나는 이걸 알고 있지. 이 책 정도는 내가 읽어뒀지” 하는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 흡족함은 뭐지?          



모닝 페이지를 쓰다

     

미라클 모닝은 못 해도 모닝 페이지는 쓰고 있다. 밤은 꼴딱 새울 순 있는 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이니 ‘미라클 모닝’이니 하는 말은 내게 외계어와 같다. 오죽하면 친정어머니께서 아침잠이 많은 나를 깨우며 너를 대학 보내느니 내가 가는 게 낫다고 했을까.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며 모닝 페이지를 쓰게 되었다. 책도 책이지만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밝히며 인용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이 압권이었다.

『아티스트 웨이』줄리아 카메론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를 말을 한 그 마틴 스코세이지와 결혼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명성은 일부에게 다가올 테지만, 명예는 작품을 만드는 모든 사람에게 찾아올 것이다. 예술가로서 우리는 “신은 하찮은 것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예술을 만들면서 우리는 예술적인 삶을 만든다. 예술을 만들면서 우리는 창조주의 손을 맞잡게 된다.     
-『아티스트 웨이』, 15쪽     



줄리아 카메론은 자신처럼 창조성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작가들에게


 “집착에서 벗어나 그대로 몸을 맡기고, 판단하려 하지 말고 그냥 써 내려가는 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모닝 페이지의 시초였다.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는 창조성을 일깨우는 데는 신의 존재를 믿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한다. 다만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세 쪽 정도만 적으라고 한다. “잘못 쓴 모닝 페이지란 없다”라는 신념으로 내부 검열자를 두지 말고 그냥 쓰라고 우리에게 주문한다.   

   


멋모르고 A4 노트에 쓰기 시작했더니 아침에 마음만 바쁘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B5보다도 더 작은 노트에 하든가 했어야 했다. 궁여지책으로 얇은 공책에 두 줄에 걸쳐서 쓰니 20분 정도면 3쪽을 쓸 수 있었다.

처음 눈 뜨자마자 떠오르는 것을 적었다. 어제 있었던 일 정도를 쓰고 눈 뜨자마자 자의 느낌을 편안하게 썼다. 그리고 오늘 할 일 등을 쓰다 보니 새로운 글감이 나왔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난 뒤부터 브런치에 매일매일 글 한 편씩 써내고 있다.  


   

모닝 페이지 쓰는 동안 명상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를 읽으며

“일지 쓰기는 생각과 감정에 대한 마음 챙김”이라는 문장을 만났다. 호흡 명상, 걷기 명상만 알고 있었는데 일지 쓰기가 마인드풀니스 하는 마음 챙김 명상이란다.      



텍사스대학의 제임스 펜베이커는 하루에 15분간 연속해서 글을 쓴 학생들은 기분이 더 좋아졌고 혈액검사의 결과도 더 건강하게, 성적도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주리대학은 2분간 대학생 49명에게 이틀 연속으로 감정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 내용들을 그로 쓰게 했다. 고작 몇 분의 글쓰기만으로도 안 쓴 집단에 비해 차이가 났다.


    

모닝 페이지와 같은 일지 쓰기는 마틴 셀리그만의 『마틴 셀리그만의 플로리시』에도 소개하고 있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저자답게 웰빙 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에 목표를 둔다. 꽃이 만개한 것처럼 자신의 삶을 활짝 꽃 피워 플로리시 flourish 하란다.           



행복하게 잘 살아내기 위한 방법의 하나인 ‘세 가지 좋은 일 적기’ 등을 자기 전에 한 번 적으라고 권한다. 이렇게 단 3개월 아니 조금 더 해 6개월만 계속해도 우울증이 좋아진다고 한다. ‘적자생존’, 적는 자만이 마음 챙김 명상하며 잘 살아낼 것 같다.

 

『마틴 셀리그만의 플로리시』를 읽고는 모닝 페이지 끝부분에 어제 감사한 일, 좋았던 일 세 가지를 꼭 쓴다.      









<좋은 일 세 가지>


1. 만 보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해서 행복했다

줌으로 ‘치유하는 글쓰기’를 들으며 수업시간에 수업도 듣고 걷기도 9000보 정도 할 수 있었다. 만 보 걷기 모임에 들어가길 잘했다. 환경 설정의 힘이다.     


2. 글쓰기 결과물을 바로바로 생산해 낼 수 있어 보람찼다 

 

가르치는 현장에 있어서 아이들이 쓴 글을 토대도 글 한 편씩 쑥쑥 낳고 있다. 글의 소재가 무궁무진해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 감사한 날이다.     


3. 아이들 수업이 있어서 평온했다     


이 나이에 수업을 끊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만도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이라고 주변에서 말들을 한다.

이 나이에? 나이 생각 안 해보고 가르쳤는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런가 보다. 다른 사람의 시각이 그렇다면 그런가 보지.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좋은 일 세 가지 쓰다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며 내가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책은 또 다른 책을 초대한다. 새로 읽는 책에서 예전에 읽은 책을 만나는 책으로서의 데자뷔가 반갑다.

또 어떤 책으로 나를 초대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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