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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슬픔

금 밖으로 밀려나 주춤거리는 청춘 넓은 등짝 내밀어 업어줄 사람 없는가

by 진순희

조용한 슬픔


진순희



낙엽이 고요히 떨어진다

녹색 시효가 만료되어 주검들

먹고 버려진 빈 컵라면 용기와 함께

갈 곳 모르고 서성이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던데

코로나 이후 20대 여성 3만 명이

옮겨 앉을 곳

다시 날아오를 날개 하나 없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상에서 지하로 추락한 아픔

낙엽으로 굴러다니고 있다


대학 진학률도 남자보다 더 높은데도

탄생과 죽음 사이에 선택권도 없이

링 위에 올라보지 못하고 맥없이 스러지고 있다

갈잎은 초록의 시절 거쳐오기라도 했지

버려진 컵라면도 제 몫을 다했는데

무엇 하나 꽃 피워보지 못하고

금 밖으로 밀려나 주춤거리는 청춘

아직은 시효가 남은 저 젊은 꿈을 위해

넓은 등짝 내밀어 업어줄 사람 없는가



캡처.PNG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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