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옆에서

뮤즈를 기다리는 밤 창가에 걸린 초승달이 칼끝 같은 영감을 슬쩍 던져준다

by 진순희
〈도판〉니콜라 푸생, <시인의 영감> , 캔버스에 유채, 182.5× 213㎝, 1630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뮤즈 옆에서


진순희


루브르 미술관

니콜라 푸생의 작품들은 12번부터 16번 방에 있지

그 중에 하나 <시인의 영감>

서사시의 뮤즈 칼리오페와 시의 신 아폴로 앞에서

가난한 시인은 머리 들고 하늘 쳐다보며

신의 계시가 오기를 기다리지



텔레파시는 무슨

오감을 떠난 망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품천사의 손에는 월계관이 들리고

아폴로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한 줄도 못 쓰고 있는 시인의 노트라네


섬광 같은 아이디어 얻으려

궁색한 시인은 허공을 바라보지만

예술의 신은 월계관 대신

네 안에 있다며 쓴소리나 하지



남의 시 읽으며 무릎 치기도 하고

빈손을 애통해하며 나의 뮤즈를 기다리는 밤

창가에 걸린 초승달이 칼끝 같은 영감을 슬쩍 던져준다



38만 킬로미터라는 달이 걷는 거리

칼끝이 무뎌지도록 멀리만 한

시의 보폭





제 책을 소개합니다 ~^^


https://brunch.co.kr/@nangrang77/528#:~:text=%EC%A0%9C%20%EC%B1%85%EC%9D%84%20%EC%86%8C%EA%B0%9C%ED%95%A9%EB%8B%88%EB%8B%A4,orderClick%3DLEa%26Kc%3D%20%C2%A0%C2%A0%C2%A0%C2%A0%C2%A0%C2%A0%C2%A0%C2%A0%C2%A0%C2%A0%C2%A0%C2%A0%C2%A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조용한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