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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Dec 10. 2020

캠핑 놀이하며 나를 만나다

놀이가 없으면 좀비처럼 된다고?

놀이가 없으면 좀비처럼 된다고?     


“놀이가 없으면 인간은 좀비 상태로 침몰한다”
“놀이가 주는 즐거움만이 완전히 인간에게 이르는 길을 가리켜 준다”  
마샬 매클루언의 통찰력이 담긴 말이다. 



놀이는 인간에게, 즐거움과 유익함을 주는 한편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가르쳐 준다는 말이 분명 맞다.      

『나의 캠핑 놀이』에는 다양한 곳에서 캠핑 놀이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만나는, 자기에 이르는 경험을 밝히고 있다. 

저자 문나래 작가는 횡성에서 숲 교육자로 일하고 있는데, ’‘수목관리사’ 쯤으로 해석이 되는 아보리스트라는 특이한 직업을 갖고 있다. 아보리스트라는 부드러운 어감과 달리 ‘아보리스트’는 로프를 활용해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아찔하게도 고공에서 작업을 한다. 공중에서 일을 한다니? 설악산 흔들 다리도 무서워서 못 건너는 내게는 꿈같은 일이다. 



인간과 나무들이 오랫동안 공생할 수 있도록 가지를 자르거나(물리적인 치료라고 한다), 연구에 필요한 시료를 채취하기도 한다. 레저 활동인 ‘트리클라이밍’ 체험을 제공하는 일 또한 이들의 하는 일이다.     

“놀이가 없으면 인간은 좀비 상태로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명제처럼 이 책은 ‘캠핑’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존재론적으로 접근한다. 이름하여 ‘나를 찾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샤이먼 사이넥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모든 것은 ’‘왜?’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라고 한다. 모든 의사결정에서 분명한 기준이 되어 줄 '왜'로부터 어떻게로 무엇으로 향하는 골든 서클 Golden circle의 방향을 제시한다. ‘왜’야 말로 최고의 나를 만들어 줄 것임에 틀림이 없다. 평범한 다수들 중에서, 그저 그런 일상에서 경쟁력이 되어줄 것이고, 빛나게 할 것이다.

가슴이 시키는 일에 어찌 논리가 들어설 수 있으리. 무언가를 결정해 행동하고 열망하게 하는 작동의 원리는 ‘Why’이다. 왜로 시작해서 어떻게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왜 아보리스트 자격증을 갖추게 되었나?

문나래 작가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그것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 말해야 한단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마구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하곤 다르다. 그 대상에 대한 진지한 공부가 수반되어야 한다. 저자는 나무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수목관리 기술인 아보리스트 기술을 익혀야만 했다고.

나무와 숲이 자신에게 준 것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돌려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이 직업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왜 캠핑을 하는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곧 즐거움 이리라. 나는 내게 불편함을 허용한다. 나는 내게 부자유를 허락한다. 진정한 자유, 자유란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 상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의식이 선택한 것들로 이루어진 삶일 것이다. 익숙함으로 던져지고 싶은 육체의 나태함을 거스르고, 습관으로 다져진 뇌의 명령을 거스르는 힘. 그저 즐거움을 위해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드러누우려는 육체에 대항하여 의식을 승리시키고자, 그리고 무엇보다 이기는 쪽은 나의 의식이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확인시키고자 몸을 일으키는 때가 많다.
- 『나의 캠핑 놀이』, 24쪽



진정한 자유는 어딘가에 걸림이 없는, 구속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불편함과 부자유를 허락한 ‘의식이 선택한 삶들로 이루어진 삶’이라고 당당히 밝힌다. 젊은 작가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자연에서 성장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이다.    


  

야외 생활을 의미 있게 만드는 15가지 캠핑 놀이법 제안하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해 보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여러 가지가 많지만 특히 네 가지는 꼭 해보고 싶다. 

서핑 후의 차디찬 캔 맥주 마시는 것, ‘때캠’ 하는 것, 파도를 바라보며 명상하는 것, 시카약 sea kayak 등은 

내년 안에 이룰 버킷리스트에 추가했다.       


 

서핑을 마치고 난 후 뜨거운 물로 소금기 가득한 바닷물과 얼굴에 범벅이 된 선크림을 씻어낸다. 그리고 젖은 머리칼을 한 채로 밖으로 나와 차가운 캔 맥주를 마신다. 쉬지 않고 몰아치는 파도를 보면 흙에 발을 파묻는다. 평생 발에 묻는 흙을 털지 않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 『나의 캠핑 놀이』, 45  


  

시카약이 특별한 것은 바다에서 파도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어서란다. 카약을 타고 바다 한가운데서 가만히 떠 있으면 바다의 고요 속에 풍덩 담가져 오롯이 바다와 수평선과 하나 되어 세상 소리와는 저절로 차단이 될 것이다. 그 옛날 사대부들이 꿈꾸었던 속세와의 손절매를 너무도 손쉽게 할 것 같다. 영화 <빠빠용>의 스티브 매퀸처럼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겠지. 상상만 해도 마음이 뜨거워지는 일이다.     


 

출처: Pixabay



시카약에 비해 바닷가에서의 마음챙김 명상은 나의 호흡과 파도 소리와 하나가 된다. 애쓰지 않아도 구도자의 길로 성큼 들어설 것만 같다. 바닷가 솔잎 아래 텐트를 치고 앉아, 부는 바람을 맞으며 오롯이 나의 숨소리에만 몰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너른, 큰 사람이 될 것만 같다. 

     

“파도 앞에서 눈을 감고” “호흡을 닻으로 삼아”, 이 장면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평소 하던 대로 들숨, 날숨의 호흡에 집중한다. 잡념이 생기면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호흡으로 들어와 찬찬히 내면을 들여다본다. 



“호흡을 닻 삼아 생각의 파도에서 의식을 길어 올린다”


이 문장을 읽으며 『최고의 휴식』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이러한 경험은 책을 읽는 행위를 할 때 만날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다.    


  




호흡은 의식의 닻이야.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닻이 있으면 배가 
 쓸려가지 않듯이 잡념으로 마음이 요동칠 때 호흡에 집중하는 거야. 

-『최고의 휴식』, 68쪽     



호흡에 집중하는 것은 ‘지금’에 집중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뇌의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는 지난 과거에 연연해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에 불안해하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지금, 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호흡에 집중한다는 것은 지금, 여기를 강조하는 삶임을 되내어본다.     

캠핑장에서 짧으나마 하는 마인드풀니스, 마음챙김 명상은 정말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장소도 장소지만 저자의 말처럼 자연 속에서 행한 좋은 기억이었기에 일상에서도 꾸준한 습관으로 이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 놀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때캠’이다. '때캠'은 내게 매력적인 놀이를 넘어서 ‘리추얼’로 다가왔다.  

캠퍼들 여럿이 모여 즐기는 ‘떼캠’도 좋지만 목욕탕에 갔다가 텐트로 돌아오는 ‘때켐’도 해보고 싶다. 

그간 캠핑이 끝나면 서둘러 집에 오기 바빴다. 캠핑장 근처의 동네 목욕탕 갔다가 다시 텐트로 돌아가는 ‘때캠’. 이것은 생각만 해도 적당히 기분 좋게, 노곤하니 몸이 풀어질 것만 같다. 술과 땀에 찌든 채로 찌뿌듯한 몸으로 일어나지 않아서 더욱 좋으리라.  


   

캠핑 장에서의 놀이를 소개한 부분도 유익했지만 저자의 글쓰기 실력에 탄복을 하며 읽었다.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앞 문장이 뒷문장을 끌고 가는 역동적인 힘이 예사롭지가 않다.      


여기, 한 단락 쓰기의 전범을 보여주는 문장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지는 해의 오렌지 빛이 텐트로 들어온다. 한없이 따뜻하게 감싸주는 붉고 노란빛. 나는 그 빛만 있다면 언제까지고, 위로받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 빛을 등에 업고 하산하거나, 그 빛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과 건배 나눌 수 있다면. 차가운 눈 위에 내려앉는 햇빛. 모든 차가움도 온기 어린 정성으로 품어내는 것만 같은 태양의 빛. 나는 그 빛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쉽게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사랑한다. 빛을 맞고 섰을 때의 그 찡그림.

- 『나의 캠핑 놀이』, 67쪽     



지는 해의 오렌지 ‘빛’이라는 단일한 소재를 시종일관 놓치지 않고 문장을 끌고 간다. 빛이 텐트로 들어와 그 빛으로  인한 정서적인 감응까지도 끌어올린다. 햇빛과 태양의 빛, 그 빛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에 빛으로 인한 찡그림마저 받아들인다.  

한 단락을 일관성 있게, 모든 문장이 “빛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주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다양한 놀이를 소개한 것이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인격을 수양하고자 하는 작가의 성숙한 가치관이 글마다 뿌려져 있어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캠핑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훈련”이기에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놀이와 함께 하는 캠핑을 하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수행을 한다.

그 인격 수양이란 게 놀이로 하기에 특별한 고행이 따르지 않는다.   






그대에게 정중한 초대를 합니다.
우리 캠핑 갈까요?


Shall we go camping?   


       


출처: Pixabay



이 글은 성장판 독서모임에서 지원을 받아 쓴 글이지만 제 주관에 따라 썼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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