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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Dec 19. 2020

캠핑 물건이 건네는 위로

물건이 건네는 위로    

  

최근에 “오늘이 소중해지는 애착 사물 이야기”, 『물건이 건네는 위로』를 아주 의미 있게 읽은 터였다.

특히 <한없이 다정해지는 단정한 순간-푸른 스트라이프 손수건>은 미래북클럽에서 나의 애착 사물로 토론까지 했었다. 북클럽 회원들의 물건이 담긴 저마다의 사연을 풀어놓으며 따뜻했던 분위기가 기억이 났다.  


    



때로는 지치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내 곁을 지키는 물건이 적절한 위안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생각도 안 하다가 야영할 때 갖추어야 할 물건들에 애착이 간다.

『나의 캠핑 물건』은 캠핑과 관련된 사물에 대한 애틋함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강성구 작가의 『나의 캠핑 물건』에는 캠핑에 동원되는 물건을 의식주와 관련해 세 가지로 구분한다. 캠핑에서 ‘주’에 해당하는 막영구幕營具는 텐트를 치고 야외에서 필요한 장비이다. ‘식’에 해당하는 취사구炊事具는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의’에 상응하는 운행구運行具는 캠퍼가 걸을 때 반드시 착용하거나 소지해야 하는 물건이다. 운행구 취사구 막영구의 캠핑 물건은 의식주의 이동을 야외 활동인 자연으로 옮겨놓는다.  

 『나의 캠핑 물건』을 읽으며 그동안 잊혀졌던 과거의 추억들이 줄지어 소환되어왔다.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캠핑을 많이도 했다. 야외 촬영을 핑계로 들로 산으로 쏘다닌 셈이다. 작은 트럭을 갖고 일을 하는 시누이 가족들과 틈만 나면 트럭에 짐을 싣고 캠핑 장비를 꾸려 바깥 나들이를 했다.

큰 시숙이 연천 인근에 살고 있어서 형제들이 주말이면 그 길로 집합 모여를 했다. 운악산으로 명성산으로 한탄강으로 어김없이 모였다.    


  

‘물멍’과 ‘불멍’     


조금은 엉성하지만 비닐 타프는 이슬과 비를 충분히 막아주었다. 비가 오면 빗소리는 물론이고 물방울이 굴러가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모닥불을 쬐며 불길을 바라보는 행위를 ‘불멍’이라 한다며, 비닐 타프에 물방울이 흘러가는 모습과 그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물멍’이었다.

-『나의 캠핑 물건』, 18쪽     



여차하면 큰 시숙 집으로 들어가서 자도 되련만 강가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 텐트 위의 큰 차양 같은 타프를 치고 그늘막을 만들었다. 비가 오면 타프에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압권은 ‘물멍’이었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던 아이들은 빗소리가 들린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빗소리를 이렇게 가깝게 듣기는 쉽지 않은 일이어서 신기한 경험으로 다가왔나 보다.

낮에 들리는 빗소리와 다르게 한밤중에 내리는 비의 소리는 듣는 사람을 처연하게 만든다. 캄캄한 밤을 흔드는 빗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고요하다 못해 까닭 모를 슬픔이 밀려오곤 했다.     


 

‘불멍’도 빼놓을 수 없는 캠핑의 백미이다. 트럭에 장작을 싣고 큰 시숙이 야영장까지 바짝 마른 장작더미를 쏟아놓았다. 장작을 어슷하게 쌓아 모닥불을 지피면 마음까지 넉넉해졌다. 아이들은 장작 더미에 구운 고구마를 먹으며 입 주위가 시커먼 채로 웃었다. 모닥불 주위로 둥그렇게 앉아 반대편 쪽의 사람들을 보면 붉은빛이 어우러져 주변 전체가 은은하게 보였다. 그 순간만은 내가 가진 뭐라도 다 줄 것 같은 너그러움으로 가득 찼다.  



지상에로의 꿈을      


저자의 지상에로의 꿈이 너무나 소박했다. ‘지상’으로 올라가기로 결심했던 것은 반지하의 지독한 습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습기는 텐트나 로프 등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란다. 물건이 상할 때마다 마음 또한 상했노라고 그때의 속상함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출처: 중앙북스


사는 것에 욕심을 부릴 줄 모르는 남편이 유독 캠핑 장비에서만은 과욕을 부렸다.

남편의 캠핑 도구에 대한 사랑은 지칠 줄 몰랐다. 주머니에 돈만 생겨도 남대문으로 달려갔다. 담요는 몇 장씩이나 샀고 얼룩무늬 군용 바지에 텐트도 크기별로 장만했다. 이건 꼭 있어야 되는 물건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으며 사서 쟁여놨다.      


남편 친구들이 재산을 불리기 위해 집을 늘리려 애를 썼다면 우리 집 양반의 희망사항은 애초부터 달랐다. 이 부산스러운 물건들을 보관할 더 넓은 집이 필요해 평수를 넓혀가길 원했다.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기 전까지 주인집 마당 한편에 비키니 옷장을 들여다 놓고 쌓아놓기 바빴다. 캠핑 갔다 오면 피곤할 법도 한테도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닦았다. 특히 ‘시에라 컵’에 대한 예찬을 끝도 없이 늘어놨다.

그의 티타늄 시에라컵에 대한 애정은 가정보다도 우선이었다. 아예 각별했다.      


시에라컵은 찻잔으로 쓰기에 조금 큰 듯하고, 물컵으로 쓰기에도 애매했다. 소주잔으로 쓰기에는 무지막지하게 크고 밥을 담아 먹기에는 격이 떨어져 보였다. 이런 애매모호한 정체성 때문에 시에라컵이 오히려 다양하게 쓰일 수 있었다.        



시에라컵 도대체 너는 어디다 쓰는 물건인고     



미국의 환경보호단체인 시에라클럽의 ‘굿즈’라 할 수 있는 이 컵은 활동 자금을 모으기 위해 처음 만들었단다. 마실 수 있는 컵으로 또는 국을 뜰 수 있는 국자로, 컵째 데우는 냄비의 용도로 쓰일 만큼 전천후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내가 알고 있는 시에라컵에 대한 정보는 이 정도였다.


그런데 『나의 캠핑 물건』에는 이 컵에 대한 쓰임에 대해 아주 다채롭게 설명하고 있다.  이 컵에 휴대폰을 넣으면 음악 소리를 증폭시켜서 아주 근사한 스피커 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했다. 이 컵의 탁월함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술 한잔 걸친 이는 젓가락으로 컵을 두드리며 악기로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집안 대대로 물려서 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  

    


우리 술은 미국 국적의 그릇 위에서도 영롱하게 빛이 난다. 시에라컵에서 출렁이는 막걸리의 모습은 세상의 어떤 음식보다 맛깔스럽게 느껴진다. 아.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오늘은 시에라컵에 막걸리 한잔을 해야겠다.  -
- 『나의 캠핑 물건』, 59쪽          



시에라컵의 국적만큼 브로콜리 수프나 클램 차우더 같은 서양 요리에 잘 어울릴법하다. 하지만 캠퍼들 사이에서는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용기로 통한단다. 아마도 수프의 농도와 비슷한 걸쭉함을 지녔기 때문이리라고 저자는 짐작한다.           



출처: https://blog.naver.com/noravose/220042159260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중략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나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시지 마시라    

   

저자의 지리산 추억을 회상하는 글을 보며 몇 년째 산에 못 간 게 떠올랐다.   

연하천 산장 벽에 쓰였다는 이원규 시인의 시를 읽으며 불현듯 산에 가고 싶어 지는 날이다.  

지리산은 못 가더라도 북한산이라도 가야겠다.

우리 가족이 끔찍이 아끼는 시에라 컵을 매달고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기어이 산에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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