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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16. 2021

말과 글과 관련된 것에 민감합니다

일단 단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생소하거나 조금 이상하다 싶은 단어는 반드시 사전을 찾아 확실히 알아야 놔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 그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고 다녀서 기어이 찾아봐야만 합니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이 자기주장을 펼칠 때면 “이건 정말 주작이 아니라고” 항변할 때가 많습니다. 현태도 그랬어요. 숙제를 다 했는데 깜박해서 집에 두고 왔다는 등 내가 늦은 이유는 그 숙제 찾느라 시간이 걸려서 그런 거라는 등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깜박한 거랑 찾는 거랑 우선 말의 앞뒤가 안 맞습니다. 깜박했다면 찾을 생각도 못 했겠지요. 그럴 때는 그냥 눈을 가늘게 뜨고 한번 쳐다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저의 표정을 한 번 살피고는 살짝 고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것도 한순간. 펄펄 뛰며 “진짜 다했다고, 주작이 아니라고, 제자를 못 믿느냐고. 선생님 그렇게 안 봤는데 심하게 서운하다”는 둥 속사포처럼 쏘아댑니다.      


듣고 있다가 “계속 ‘주작’ ‘주작’ 하는데 ‘주작’이 뭔데? 그 뜻을 알고나 쓰는 거야?”라고 했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주작’이 ‘주작’이지요. 주작을 모르세요?” 라며 도리어 내게 반문을 합니다. 보다 못해 옆에 있던 근찬이가 거둡니다.  

    

“그거 새라고 하던데. 아, 맞다 빨간 새! 맞아요 빨간 새래요.”     


“정확한 거야? 그러지 말고 어디 한번 사전 찾아보자.” 하면서 아이들 보는 데서 검색을 합니다.     

 

주작(做作): 없는 사실을 꾸며 만듦.

주작 2 朱雀: 민속 사신(四神)의 하나. 남쪽 방위를 지키는 신령을 상징하는 짐승을 이른다.
                 붉은 봉황으로 형상화하였다.     


‘주작’에는 붉은 봉황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동음이의어가 있어 아이들이 말한 빨간 새가 일정 부분 맞기는 하네요.  

   

단어에 대한 관심은 책 읽는 것까지 확장됩니다. 

활자 중독증에 걸렸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글 읽는 것이 몸에 붙어버렸습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생활화되어 있어 제  주변에는 책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한 번 책을 읽을 때 서너 권은 기본이고 일고여덟 권을 돌려가며 읽을 때도 있습니다.

손에 항상 책이 있다 보니 빈 손은 어딘지 허전합니다. 어디를 가도 꼭 책을 넣어갑니다. 

심지어 만리장성 갈 때도 배낭에 책을 잔뜩 넣고 가서 가족한테 지청구를 들었습니다. 자기가 들어주지 않아도 낑낑대며 걷는 꼴이 보기에 답답했나 봅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땡볕에 고행하는 수도자도 아니고 그렇게 걷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사막에 짐을 잔뜩 얹고 가는 낙타 같아.” 

“거북목에 영락없는 낙타일세! 낙타야. 아이고 내, 원 참.” 


혀를 차며 가방을 낚아채듯이 성큼 앞서 갔던 남편의 뒷모습이 떠오르네요.     


말과 관련된 것에 대한 관심은 단어나 글에 국한되지만 않습니다. 대화를 나눌 때 종결형 어미에도 유독 신경이 쓰입니다. 요즘 일이 많아지다 보니 남성들과 함께할 기회가 빈번합니다. 이분들과 일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종결형 어미입니다. 젊은 친구들은 그러지 않은데, 유독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꼭 그럽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요. 소위 매스컴에서 노년층이라 부르는 분들은 조금 친해졌다 싶다 하면 은근슬쩍 말을 놓으며 끝말을 흐리고 있습니다. 뭉개면서 반말 비슷하게 미끄러지듯이 다가올 때는 온 신경이 곤두섭니다. 무슨 살가운 사이라고 내게 이러나 싶어 멈칫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저한테 말 놓으신 거예요? 반말하신 거냐고요?”

이렇게 말을 하고 싶지만 워낙 소심쟁이라서 대놓고 따지지는 못합니다. 그냥 찜찜한 상태로 참아내고 있습니다. 연배가 비슷한 누군가에게 반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젊은 친구들에게도 깍듯이 존대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담아 전하는 말과 글에 대한 흥미는 연식이 높아진 지금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말과 글에 유독 관심이 많아서 심심할 때는 『출발부터 남다르게 중학교 내신 한 권으로 잡는 어휘집』이나 『수능 국어 어휘력 사전』, 『공부가 되는 저절로 고사성어』, 『그래서 이런 맞춤법이 생겼대요』와 같은 책들을 술렁술렁 읽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성향 때문에 아이들 국어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나 봅니다. 


#말 #글 #단어 # 출발부터 남다르게 중학교 내신 한 권으로 잡는 어휘집 #수능 국어 어휘력 사전, 공부가 되는 저절로 고사성어, 그래서 이런 맞춤법이 생겼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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