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시작하다
이영식
세 살배기 꼬맹이가 숟가락질을 한다
장난감처럼 작은 수저로 밥덩이를 실어 나른다
흰밥을 수북이 떠 입가로 가져가지만
밥알은 절반 넘게 숟가락 밖으로 뛰어 내린다
아이는 무릎이며 바닥에 떨어진 밥알을 줍지 않는다
밥을 얻기 위해 한 삽의 무엇도 해 본 적 없는
조그마한 입에 밥은 목적이 아니다, 놀이다!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지는 저 지극함
내 풍진 묻은 손으로는 따라할 수 없는
장난감 나라 먼 축제처럼 보인다
아이가 떨어진 밥알을 방바닥에 으깨어 붙인다
한 두 송이 이팝나무 꽃으로 피어난다
희망처럼 씹었지만 비굴이 되기도 하는 밤
볼에 핀 밥풀을 떼어 먹는다, 아이는
기나긴 여정의 발원지이자 종점인 숟가락질을
꽃으로 시작하고 있다. ―시집 『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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