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무개 별에게 이영식

by 진순희


캡처-별.PNG 출처: Pixabay



저 아무개 별에게



이영식



내가 아는 어느 시인은

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취미가 있다

까뮤, 쌩떽쥐베리, 니체 같은 이름 붙여주며

가슴 환하도록

별들의 명명식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밤 나는

저 별들의 이름을 지우기로 한다

철필鐵筆로 쓴 이름 떼어내고

별자리의 틀에서 풀어놓기로 한다

샛강 차오르는 은어 떼처럼

싸라기별들이 헤엄치게 하고 싶다

가끔은 내 꿈속에도 내려와 놀고

술잔 위에도 앉히고 싶다

이름을 벗고 알몸으로 온 별들

첫사랑의 키스보다 뜨거울 것이다

금싸라기 술 몸안에 퍼지면

내 허명虛名 또한 희미해질 것이고

수수깡 집처럼 무너져도 좋으리

그런 날에는 빗장 친 관념을 벗고

눈물방울 화석, 저 아무개 별과

한살림 차려도 좋겠다


- 『꽃의 정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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