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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무개 별에게
이영식
내가 아는 어느 시인은
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취미가 있다
까뮤, 쌩떽쥐베리, 니체 같은 이름 붙여주며
가슴 환하도록
별들의 명명식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밤 나는
저 별들의 이름을 지우기로 한다
철필鐵筆로 쓴 이름 떼어내고
별자리의 틀에서 풀어놓기로 한다
샛강 차오르는 은어 떼처럼
싸라기별들이 헤엄치게 하고 싶다
가끔은 내 꿈속에도 내려와 놀고
술잔 위에도 앉히고 싶다
이름을 벗고 알몸으로 온 별들
첫사랑의 키스보다 뜨거울 것이다
금싸라기 술 몸안에 퍼지면
내 허명虛名 또한 희미해질 것이고
수수깡 집처럼 무너져도 좋으리
그런 날에는 빗장 친 관념을 벗고
눈물방울 화석, 저 아무개 별과
한살림 차려도 좋겠다
- 『꽃의 정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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