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의 식사법

by 진순희
출처: https://bit.ly/3DBYPyL




폐가의 식사법


이영식



사람을 벗었다.


인적 끊기자, 빈집은 독거獨居로 방치되었다. 1일 3식 하던 식사도 끊고 공복상태를 유지했다.


위 대장이 쉬면서 소화분해흡수를 방해하던 독소가 빠져나갔다. 카드빚 마이너스 통장으로 몸살 앓던 악다구니가 잦아들었다.


사람냄새 지운 집은 제 몸 곳곳에 실금을 긋기 시작했다. 흙벽 금간 틈새마다 실핏줄 같은 길 내고 바람을 들여앉혔다.


생체리듬 밸런스가 조절되었는지 혈당이 떨어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폭삭 주저앉아도 좋을 만큼 그림자도 몸피를 줄였다.


슬하에는 사람들이 뽑아 패대기치던 잡초를 키웠다. 풀꽃의 수화에 나비 떼가 화답하며 날아들었다.


깨진 달팽이관 속으로 벌레 울음소리가 씨알씨알 자라고 밤마다 뭇별들의 방언이 쏟아져 들어왔다.


거미줄에 매달린 이슬의 개수만큼 물방울 우주가 탄생했다. 공복을 건너는 하루는 텅 빈 에너지로 충만했다.


폐가의 날들이 싱싱하게 뿌리를 내렸다.




* 공복식사법을 하면 몸은 호르몬 등 여러 가지 생체리듬의 밸런스를 재조정할 수 있고 에너지 대사능률을 향상시킨다(대체보완의학저널).




출처: https://bit.ly/3kLIe2K










#폐가의식사법 #공복식사법 #이영식 #꽃의정치 #휴 #희망온도 #공갈빵이먹고싶다

#초안산시발전소소장 #문학사상 #애지문학상 #한국시문학상 #국무총리표창수상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저 아무개 별에게       이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