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밥그릇을 위한 기도
이영식
한 여자가 떠났습니다.
취할 새도 없이 쨍그랑! 외마디 비명 남기고 여자는 벼랑 아래로 몸을 날렸습니다.
보석이나 명품에는 눈도 주지 않고 소풍은커녕 외출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여자입니다.
늘 몸 정갈하게 닦고 기다리다가 삼시세끼 챙겨주던 그런 여자입니다.
치장이라면 자기 몸에 福자나 목숨 壽자를 새겨 나의 복 나의 장수를 빌어주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여자입니다.
백년만의 추위라던 어느 겨울날 아랫목 이불 속에서 데웠다가 뜨끈하게 열어주던 가슴의 지극한 정성을 어찌 잊겠습니까?
신이시여! 맹목의 사랑 퍼주고 간 그 여자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시고 원하옵건대 다음 생에는 그가 나의 주인으로 오게 하소서.
무간지옥 어떤 불구덩이를 건너서라도 그 여자에게 따듯한 밥 한 그릇 올리고 싶습니다.
출처: https://dadonam.tistory.com/18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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