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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11. 2021

같은 아이들인데도 품격이 다르다,『죽음의 수용소에서』

현우는 내신 대비할 때만 오는 친구이다. 원래 내신만 하는 아이는 안 받고 있는데, 현우만 수업을 듣게 하고 있다. 현우가 합류하면 그 반의 학습 분위기가 달라진다. 좀 더 면학 뿜뿜인 반으로 상승한다.  

4주에서 길게는 5주 내신 대비 들어가는 데, 그때쯤이면 현우의 공손한 문자가 날아온다.   

  

저, 현우인데 내신 대비반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래, 어서 와. 자습서랑 평가 문제집이랑 준비해서 오셔.

          

현우가 중간고사 대비할 때 오고 한 달만에 다시 와서 공부를 하고 있다. 4시 타임에 공부하고 있던 현우가 6시에 온 강재를 보더니 진심을 다해 물어봤다. 7시 타임반의 강재가 숙제를 덜 했다고 한 시간 먼저 왔다.

강재는 목발을 짚고 환자가 되어 나타났다. 학교에서 축구를 하다가 골반에 금이 가서 목발로 다니게 됐다. 6주 정도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강재 어머니께서 울먹이며 전화를 했는데 막상 MRA를 찍으니 통원 치료로 가능하게 됐단다.      


그동안 아이들이 강재 다친 거에 대해 별 반응이 없었다. 오로지 목발에만 관심이 있었다. 아이들이 강재의 목발을 갖고 총 쏘는 시늉을 하고 위아래로 휘둘러서 가슴이 조마조마했었다. 아이들은 강재의 아픔보다는 목발로 놀려고만 했다.

목발에 의지한 강재를 보더니 현우가 진심을 다해 강재에게 말을 건넸다.     


어유, 몸은 괜찮아. 큰일 날 뻔했다. 빨리 좋아져야지.

    

강재도 아이들이 목발 갖고 장난칠 때는 절뚝거리면서도 같이 대거리를 하더니 현우의 품격 있는 태도에 아주 공손? 하게 대답을 했다.    

 

응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출처: Pixabay



평소의 강재답지 않았다.

아이들도 상대가 고품격으로, 진심을 다해 대하면 다르게 반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7시 타임의 여학생 은지도 그날따라 한 시간이나 일찍 와서는 놀라워했다. 4시 타임, 저 반이 너무 조용해서 깜짝 놀랐어요. 하기에 “원래 시험 때는 이렇게 면학분위기야, 몰랐어?”

했더니 “에이, 이 반 시끄러운 거 다 알아요.” 한다.     


“은지야,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시끄러운 게 뭐야. 듣는 사람이 영 거시기하네. 이럴 때는 토론이 활발하다고 해야지. 그래야 말하는 사람도 올라가도 듣는 사람도 좋지.”     

강재의 아픔에 공감하는 현우를 보면서 뜬금없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떠올랐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의 승리”라는 부제를 단 『죽음의 수용소』는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의 아우슈비츠의 생존 체험을 다룬 책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아낸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같은 환경 속에서는 누구는 인간의 존엄성을 저버리고 나치의 앞잡이인 카포가 되어 동족을 팔아넘긴 유태인이 있는 반면에 나흘 동안 먹을 5온스짜리의 빵 한 개를 기꺼이 나누는 사람도 있었다.  

    

  강제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들은 수용소에도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120쪽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현우가 다시 와서 이 반이 조용했나 봐요."      

은지가 재차 말했다.      


 거참, 조용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의견을 충분히 발표한 거라니깐.    

 

학교에서 현우, 쟤요. 평상시에는 노는 애들이랑 친하거든요. 시험 때는 쉬는 시간에도 쟤는 공부만 해요. 현우 주위에만 공부하는 아이들이 몰려 있고 바닷물이 갈라지듯 노는 애들은 주변에서 싹 사라져요.  

    

아이고, 논술학원 오래 다니더니 표현하는 것이 살아있네, 살아있어.      

은지가 배시시 웃었다.     


친구의 아픔에 공감하는 현우를 보며 『죽음의 수용소에서』까지 간 것이 확대 해석하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아마 현우는 수용소에서 빵을 나눠주는 사람처럼 그런 어른이 될 거라고 쉽게 짐작이 됐다.     



      제 책을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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