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聖者가 된 나무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




성자聖者가 된 나무


이영식



나무 할아버지 저녁상 받으셨다

뿌리 발치에 놓인 평상 위 낙엽 몇 장

새똥 묻은 낡은 고무신 한 짝까지

진홍빛 저녁 햇발에 비벼 잘도 잡수신다

수령 500년, 저 느티 할아버지

굽은 허리 한켠 시멘트로 땜질하고도

밤새 꿈길 몇 천리를 다녀오는지

한가윗날 사랑방에 모인 사람들

누구는 구로동 닭장집에서 보았다 하고

영등포 벌집도 찾아왔더라는 것인데

우얏고!

오늘은 저녁상 물릴 새 없이

뜸끔찜한 오줌 세례를 받으신다

영농후계자로 장가도 못 간 덕팔이 놈

씨벌씨벌 떼지거리 술주정 받으신다

참아라 참아라

개털도 약에 쓰이니라

지긋이 어깨 눌러 달래주시는 할아버지

잇몸으로 오물거리다 서천에 던져놓은

수박 한 덩이, 그냥저냥 어둑발 내려

혼자도 잘 읽는 저녁놀입니다


-이영식 시집, 『공갈빵이 먹고 싶다』중에서










#성자가된나무 #나무할아버지 #이영식 #이영식시집 #시 #꽃의정치#휴 #희망온도 #공갈빵이먹고싶다

#초안산시발전소소장 #문학사상#애지문학상 #한국시문학상 #국무총리표창수상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진흙소             이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