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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聖者가 된 나무
이영식
나무 할아버지 저녁상 받으셨다
뿌리 발치에 놓인 평상 위 낙엽 몇 장
새똥 묻은 낡은 고무신 한 짝까지
진홍빛 저녁 햇발에 비벼 잘도 잡수신다
수령 500년, 저 느티 할아버지
굽은 허리 한켠 시멘트로 땜질하고도
밤새 꿈길 몇 천리를 다녀오는지
한가윗날 사랑방에 모인 사람들
누구는 구로동 닭장집에서 보았다 하고
영등포 벌집도 찾아왔더라는 것인데
우얏고!
오늘은 저녁상 물릴 새 없이
뜸끔찜한 오줌 세례를 받으신다
영농후계자로 장가도 못 간 덕팔이 놈
씨벌씨벌 떼지거리 술주정 받으신다
참아라 참아라
개털도 약에 쓰이니라
지긋이 어깨 눌러 달래주시는 할아버지
잇몸으로 오물거리다 서천에 던져놓은
수박 한 덩이, 그냥저냥 어둑발 내려
혼자도 잘 읽는 저녁놀입니다
-이영식 시집, 『공갈빵이 먹고 싶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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