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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29. 2021

영특하군, 영특해! 인잴세, 인재야!

말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시험 대비할 때마다 매번 느낀다. 말을 못 참아서, 말의 끝을 맺지 못해서 황당한 경우는 얼마나 많던가. 

어제 역사 수업에서도 말과 관련된 일이 있었다. 이번 학년의 세계사 파트가 중2 역사 시험 범위에 해당된다. 남학생들 중에는 유난히 역사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있다.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한국 역사든 세계 역사든 가리지 않고 찾아서 읽는다. 이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역사 관련 동화나 다큐도 관심 있게 보며 성장했다. 심지어 궁궐지킴이까지 한 아이도 있었다. 개중에는 중학생이 되면서 블로그도 운영하며 역사 지식을 확장하는 친구들도 눈에 띈다.  


승재는 역사를 너무 좋아해서 역사 탐방 캠프를 수차례씩 다녀오기까지 했다. 『먼 나라 이웃나라』시리즈를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고 손에서 놓지를 않는다. 책이든 영상이든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고 본다.  

문제는 남들보다 알고 있는 지식을 어떻게 하든 말하고 싶어 하는 데 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의 세계> 를 나가면서 무스타파 케말의 터키 공화국 수립 과정에 대해 설명할 때였다. 진도를 열심히 빼고 있었는데, 선생님! 하며 승재가 나를 불렀다. 


왜, 무슨 질문 있는 거야?


아니요. 무스타파 케말은 영웅이에요., 영웅.


그렇지. 


선생님 그거 아세요. 무스타파 케말 앞에는 항상 '아타튀르크'가 붙는다는 것을요. 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한테 오스만 제국에서 터키를 떼내어 왔어요.  오스만 터키에서 터키만 따로 분리 독립시킨 거지요. 말 그대로 해방시켰기 때문에 나라의 아버지인 '국부'라는 이름에 맞게 '아타튀르크'라고 붙이는 거예요.  이름하여 '터키의 아버지'란 뜻이지요. '이름하여'를 강의하듯 검지 손가락을 굽으리며 말을 했다.                                                                                            

 오! 이름하여~~ 
승재가 세계사에 아주 조예가 깊구나.     

                                                                                                                

그렇게 말하고는 진도를 나가려고 하는데, 승재가 멈추지 않았다.  


케말 파샤는요, 12살 어린 나이 때부터 군사교육을 받기 시작했어요.  커서는 육군을 양성하는 대학에 들어갔는데, 군사 지식은 물론이고요, 수학을 아주 잘했대요. 그래서 완벽하다는 뜻의 '케말’이라는 별명도 얻은 거예요. 결혼도 하지 않은 데다가 자식도 없어서 터키에서 '아타튀르크'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캐말 파샤가 처음이고 마지막이래요. 한 마디로 하나밖에 없는 거지요. 


-어쩌고 저쩌고, 조잘조잘. 


승재의 캐말 파샤에 에 대한 지식이 쫄깃한 함흥냉면 면발처럼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듣다 못해, "승재야 선생님이 진도 좀 나가면 안 될까? 그 해박한 지식은 선생님이랑 따로 말하도록 하자." 하면서 말을 끊었다. 진도를 다 빼고는 복습을 시켜야 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신해혁명에 대해 설명을 하며 쑨원의 삼민주의를 다루고 있었다. 승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내 말을 끊고 질문하는 척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전에 수업에 다시 한 번 끼어들려는 것을 못 본 척하면서 몇 번 건너뛰기는 했었다.  승재가 수업 진행하는데 흐름을 막으려고 할 때마다


승재 wait! 웨잇! 진도 좀 먼저 나가고 질문 좀 받으면 안 될까? 하면서 넘어갔었다. 


그랬는데 쑨원이 나오자 결국엔 승재한테 공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쑨원은요,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거든요. 시골 고향에서 전통적인 교육을 받았고요, 의과 대학에 들어가서 의사면허도 취득했어요. 의사 되는 것보다는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리홍장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개무시당했어요. 개무시를 당했다구요. 


-조잘조잘 - 중얼중얼


근데요 통 크게 위안스카이에게 대총통의 자리를 물려줬어요. 물론 대총통 자리에 있던 쑨원은 약속대로 물러났고요. 


방앗간에서 가래떡 나오듯 이야기가 쭉쭉 이어졌다.  같은 팀의 아이들이 찡그리기 시작하더니 지루한 티를 있는 대로 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그 팀의 분위기 메이커인 민준이가 승재의 지식에 화들짝 놀란 척을 했다. 


"오! 영특하군 영특해! 인재일세, 인재야!"


짝!~  짝! ~ 짝!~ 짝! ~

구령에 맞춰 손뼉 치듯이 시간을 두며 네 번이나 쳤다. 

눈치 빠른 민준이가 분위기 파악을 얼른 하더니 다시 한번 승재의 백과사전과 같은 지식을 칭찬했다. 

"별 걸 다 아네 다 알아.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알고 있어." 하더니 "쌤! 그런 의미에서 얼른 쉬는 시간 갖지요." 했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민준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Let's go~  go go~~ 하면서 편의점 갔다 온다며 우르르 뛰어나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교실에 작은 섬처럼 승재 혼자 오롯이 남았다. 승재 쪽을 쳐다보니 황망한 듯이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친 승재가 주춤주춤 내게로 다가왔다. 


"우리 승재가 쑨원에 대해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나 보구나. 얼른 말해보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아니요, 쑨원이 세상을 떠날 때 유언처럼 마지막 남긴 말이 "중국을 구하라"였다고 했어요. 애들한테 그거 말해 주고 싶었거든요.


"친구들한테 알려주고 싶어 하는 승재, 네 마음이 참 귀하네. 다음번에도 자세히 알려줘.

오늘 친구들한테도 많은 도움이 됐을 거야." 

승재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고개를 갸웃하던 아쉬운 표정의 승재 얼굴이 머릿속에 계속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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