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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Dec 09. 2021

커피 맛이 좋아 쾌족快足스러운 날,『굿 라이프』

일요일은 아침부터 부산스럽다. 수업이 9시부터 시작되기에 부지런을 떨며 하루를 시작한다. 

분말로 된 원두에 물을 붓는 순간 교실 안이 헤이즐럿 향내로 진동을 했다. 

향을 맡는 순간 톨레도에서 마셨던 커피 내음의 추억이 달려왔다.   


     

2000년도 2월의 톨레도에는 분홍빛 아몬드 꽃이 피어 있었다. 이상기온 현상 때문이라고 했다.  눈이 살살 내리고 있었는데 희뿌연 눈 사이로 분홍색 꽃이 드문드문 보였다. 스페인의 유적지인 톨레도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성 건너편으로는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중세의 장원 같은 것이 보였다. 



그곳에 갔던 사람들이 유난히 감성에 젖었던 이유는 함께 했던 사람들 모두가 바깥일을 하고 있었다. 지중해 서부 여행 일정을 빼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해 왔는지를 알기에 잠깐 눈물이 났다. 나만 그런가 해서 다른 사람들을 봤더니 그들도 먹먹한 표정으로 아몬드 나무를 홀린 듯이 보고 있었다.   


   

달팽이 껍질 같은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니 찻집이 있었다. 그 작은 찻집에 관광객들로 그득했다. 계단으로 내려오다 건너편으로 바라다보는 저녁 무렵의 톨레도의 일몰은 은은하게 아름다웠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요.”를 마치 나를 위한 슬로건이라 생각하며 일하고 있는 내내 휴가를 생각했다.     


 

호텔로 돌아가면서 모두들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서로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너무 행복해요. 오늘 정말 행복해요. 행복이 마음 가득 충만해요. 아, 정말 좋다”를 연발했다.

나를 포함한 저들의 탄성을 들으며 즐거운 느낌, 행복한 기분은 결국 짐을 꾸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감행했을 때 주어지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나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영화를 보고 뮤지컬이나 미술관 관람과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순간적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이러한 경험을 자주자주 했을 때 삶 전체가 행복으로 채색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동안 행복은 행복한 ‘기분’, 즐거운 ‘느낌’에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인철 교수는 『굿 라이프』에서 ‘마음의 기술’이라고 하는 ‘심리주의자의 기술’에 대해 언급한다. 이 기술은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심리주의자의 기술의 사례로  명상하거나 감사 일기를 써 보거나, 부정적인 상황에 처했어도 긍정적으로 재해석해보는 것 들을 소개했다. 에 비해 ‘환경주의자의 기술’은 마음의 준비를 힘들여하지 않아도 된다. 특별하게 심리적인 기술이 없더라도 처음부터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행복은 마음의 기술만으로도 부족하고 또 현실적으로 행복한 상황을 만드는 기회를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 두 가지 기술을 자유의지대로 균형 있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행복한 사람들로 규정하고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마음과 일상에 묘술을 부린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품고 사느냐에 관한 심리주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쉽게 행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일상을 다르게 배치하는 환경주의 기술도 중요하다.-『굿 라이프』, 137쪽     



“일상을 다르게 배치”해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행복도 습관이라고 하지 않던가. 행복하겠다는 습관을 마음에 들여놓으면 작고 사소한 일에도 행복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당장 눈앞의 상황에만 함몰되지 말고 멀리 내다보며 ‘지금’이라는 현재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그런데 마음의 기술을 활용하고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변을 관찰하며 뜻하지 않게 얻는 행복도 우리에게 행운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최인철 교수는 김사인 시인의 <조용한 일>처럼 “자연스러운 행복, 우연한 행복, 심각하지 않은 행복도 설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당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이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행복은 우리 삶에 우연히, 아주 조용히 다가온 것들에 대한 발견! ‘발견’이다.

이런 발견들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진실되게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나를 만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행복의 감정이란 게 꼭 즐거움과 같은, 들뜨고 환한 감정만은 아닌가 보다. 

고전 연구자 박재희 박사는 <행복(幸福)에서 쾌족(快足)으로>라는 칼럼에 “기분이 상쾌하고 자기 삶에 만족” 한 상태를 '쾌족'으로 표현했다.    

  

남의 시선과 기대에 연연하지 않고 내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는 삶의 자세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그 만족의 상태를 자겸(自謙)이라고 한다. 겸(謙)은 만족스러운 것이다.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만족스러운 상태를 바로 쾌족(快足 )이라 한다.

-  <동아 비즈니스 리뷰), 102(1)

  

고요함으로 삶이 충만하다고 느낄 때, 사랑하는 이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할 때,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자부심으로 꽉 차있으면 그 또한 이미 행복한 상태인 快足에 처해 있는 것이리라. 


 

               

행복이 좋은 기분과 좋은 삶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좋은 기분으로서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좋은 삶’으로서의 행복까지 균형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책의 제목을 의도적으로 ‘굿 라이프’로 정했다. 

-『굿 라이프』, 11-12쪽                    


'좋은 기분'으로의 행복만이 아니라 '좋은 삶'이 바탕이 될 때 행복도 균형감 있게 자리잡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같이 커피 향 짙은 날에는 초겨울에 눈을 맞고 서있던 아몬드 꽃이 기억이 난다. 

그 추억은 세포 사이사이로 퍼져나가 잔잔한 행복으로 자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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