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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Feb 24. 2022

적응이냐 도태냐,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인가?

‘Better Normal Life’라는 부제를 단 『라이프 트렌드 2022』의 표지가 심상치가 않다.

치아가 가지런한 여성의 활짝 웃고 있는 입모습을 통해 더 나은 삶을 향한 염원이랄까.       



책 소개에 따르면 “2022년은 2020~2021년처럼 뉴 노멀(New Normal)에 적응하느라 급급한 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베터 노멀 라이프(Better Normal Life)를 욕망하는 해”라고 한다.

베터 노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이유는 "과거 회귀가 아니라 팬데믹으로 바뀐 우리의 욕망이나  사회, 비즈니스 토대로 더 나은 일상을 찾고자"함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프롤로그에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설문조사 응답자의 예시를 들고 있다. 불행하게도 응답자의 89%는 코로나 19는 팬데믹이 아니라 엔데믹Endemic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면역력의 유지 기간이 매우 짧고, 백신 접종의 불균등 때문이라고 했다.      



엔데믹(풍토병)은 제한된 지역에 정착해 유행을 반복하는 질병이고, 팬데믹은 전염병이나 감염병이 전 지구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계속 잘 대응하며 지내는 것일 뿐이다.  

- 『라이프 트렌드 2022』7쪽     



 펜데믹이 끝난다하더라도 이제는 코로나가 사라질 거라고 믿지는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우리 모두 알기에 더 나은 일상을 위한 베터 노멀을 실천하도록 힘써야 한다.


1장 Culture Code에서 <녹색으로 물든 백화점: 위기의 백화점은 왜 가드닝을 선택했을까>를 읽다 ‘더 현대 서울’의 사운즈 포레스트의 궁금증이 풀렸다. 일전에 ‘더 현대 서울’에 가족들이랑 구경을 갔다. 백화점에 거대한 실내 정원이 있는 것도 의아했지만, 여유 있는 풍경이 처음엔 생소했다. 한참을 머물렀는데도 놀러 나온 것처럼 피곤하지 않았다.


     

출처: https://blog.naver.com/zzk0020/222312222949-사운즈 포레스트



정원의 규모가 1000평 정도라는 데 천연 잔디에 햇빛마저 우아하게 내리쬐고 있어 플렌테리어로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백화점이 아니라 여행 온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바닥에도 키 작은 식물들이 졸망졸망 옆으로 퍼져 있었고 나무들이 숲을 이뤄 울창하기까지 했다. 행잉 화분에는 공중 식물들이 위에서 낭창거리며 내려와 마치 식물원에 온 듯했다. 곳곳에 쉴 수 있는 의자나 테이블이 많아 정말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우리야 좋긴 한데, 이 넓은 공간에 물건이 빼곡하게 있어도 모자랄 판이구먼.

아니 백화점에서 이렇게 하면 돈은 어떻게 번다는 거야?


궁금증을 참지 못하다 드디어 남편이 말을 했다.

소비를 해야만 하는 곳에 가족끼리 실컷 놀고 나니 조금 걱정이 됐나 보다. 뭔가를 사야만 될 것 같은 공간에서 쉬기만 하려니 나 역시 신경이 쓰이긴 했다.



아마 시류에 따랐을 거예요. 고객의 니즈가 있어서
식물 인테리어로 꾸몄지 싶은데요.


말은 이렇게 했어도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하! 하며 무릎을 쳤다.     

백화점이 이렇게 영업 매장이 아닌 실내 정원을 거대하게 만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백화점을 취향과 경험의 거점으로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란다.



책에서 진단한 바에 의하면 디지털과 온라인이 대체해 주지 못하는 것이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직접 경험이다. 백화점에 실제로 가서 누리는 매력적인 경험인 ‘가드닝 마케팅’은 위기의 백화점이 선택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온라인은 물건을 판매할 수는 있어도 진짜 나무와 진짜 정원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휴식을 제공할 수 없다.      


아파트에서 자란 20-30대들의 가느닝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었다. 이들 세대는 셀프 인테리어와 랜선 집들이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 플렌테리어에 눈을 떠 반려 식물, 홈 가드닝, 베란다 가드닝에 이어 상추나 방울토마토 등을 키워 먹는 20-30대 1인 가구도 증가했다.       



독서를 하면서 때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먼저 읽은 책의 내용을 만날 때가 있다.

이 책에서도 그랬다. 중3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정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라이프 트렌드 2022』 Part 1의 <4-멀티버스: 세계관 놀이와 메타버스, 그리고 디지털 휴먼>에서 『코스모스』에서 읽은 평행 우주를 마주할 수 있었다.



평행 우주(Paralled Universe)는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니라 평행선상에 위치한 다른 세계가 있다.”는 가설이다. 다중 우주(Multiverse) 또한 시공간의 갈래가 나뉘어 있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세계가 무한대로 존재한다는 가설이다. 현실의 세계 말고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두 가설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00409150004682



<라이프 트렌드>에서 멀티 유니버스를 다루는 이유는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때문이다. 이 말이 나온 지 30년 가까이 되었지만 작년 이후 올해 역시 메타버스를 더욱 지목할 것이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Universe)을
가상공간으로 확장한 초월(Meta)적 세상을 일컫는다.”          


시가 총액 500조 원을 자랑하는 코스피 1위 기업 김갑생활머니김의 이호창 미래전략실 본부장, 서태지 이후 가장 혁명적인 그룹이라는 월드 클래스 아이돌 듀오 매드몬스터의 제이호, 한사랑산악회의 이택조 부회장은 모두 개그맨 이창호, 한 사람이 연기한다.

-『라이프 트렌드 2022』, 156쪽     



이 모든 인물이 다 설정된 가짜지만 ‘매드몬스터’는 유튜브의 인기를 등에 엎고 급기야 방송까지 출연하기에 이른다. 이쯤 되면 가짜가 진짜가 된 셈인데, 이것을 진짜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이제 더 이상 현실과 가상은 분리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이 세계관 놀이는 메타버스와 연결되어 있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메리트는 현실의 자신과 다른 자신을 욕망하고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지적했듯이 메타버스의 공습이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현실이 별로이기 때문이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qPLsismWsMg-유튜브 Mnet-K POP 캡쳐




Z세대의 놀이터가 된 , 메타버스     


공자의 논어, 옹야 편에는 스스로 즐기고 향유하는 것의 강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지자 불여 호지자 호지자 불여 락지자[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

-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머리로만 이해하고 아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메타버스 가상체험 NFT 부문에 Z세대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다. 이들 세대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세계에 이미 친숙하다. 메타버스 시장의 주 소비층 MZ 세대에게 메타버스는 놀이 이상의 공간이다. 관련 기술을 만들고 사업을 벌이는 것은 30~50대가 많지만 10~20대는 그 공간에서 가장 많이 놀고 소비를 한다. 결국 메타버스의 환경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이 결국은 메타버스에서 만들어내는 기회를 가장 많이 가져갈 것은 분명하다.      


     

Part 1의 <5-디지털 자산과 NFT, CBDC, 그리고 이미 시작된 현금 없는 사회>     

최근 『NFT 사용설명서』를 읽으며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작품이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22』에 비플과 관련하게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2007년 5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자신의 작품이 5000개가 되자 이를 기념해 5000개를 콜라주한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라는 작품을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아 크리스트 경매에 내놨다. JPG 파일과 작품 인증서, NFT를 함께 담았는데 어마어마한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출처: https://biz.chosun.com/ ‘매일:첫 5000일’. 작가가 2007년 5월 1일부터 13년간 온라인에 올린 이미지들의 콜라주



디지털 영역에서 예술 부문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술에는 한계가 없기도 하지만 예술의 성격상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예술적 도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NFT는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의미로 가상 자산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한다. 희소성과 유일성을 갖게 된 NFT는 소유권이나 판매 이력과 같은 정보들이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이런 까닭으로 디지털 파일에도 ‘원본’이라는 위치가 부여돼 소장은 물론 수집 가치도 생기게 된다.    


  

대표적 가상화폐 Virtual Currency)인 이더리움의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화된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매겨 원본이자 오리지널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NFT이다.

『NFT 사용설명서』를 읽을 때만 해도 나한테 NFT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됐다.

그런데 『라이프 트렌드 2022』를 읽으며 이제 점점 디지털 자산이나 디지털 화폐 등이 점점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어오고 있음을 느낀다.           

 

“팬데믹의 시대가 초래한 급속도의 뉴 노멀은 팬데믹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빠른 진화를 이어 갈 것이다.


결국 적응하는 자, 도태되는 자, 새로운 기회를 찾는 자의 격차는
더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에서 Z세대만 놀라는 법이 있나. 앞으로 기업이나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는 평생 공부하는 사람만이 선택된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가상화폐니, 암호 화폐니, 디지털 자산이니, NFT니 익숙지 않은 용어가 나와도 그냥 읽어보고 써보려고 한다. 처음엔 누구나 다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가주 읽다 보면 친숙해질 거라 믿는다.



판이 바뀌고 있다.

 “새로운 것이 정상이고 과거의 것은 비정상이 되는” 세상으로 접어들었다. 

최소한 도태는 아니어도 적응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싶다.

오늘 내가 『라이프 트렌드 2022』를 읽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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