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업하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요즘 중3 아이들 반은 고등부 선행을 나가고 있다. 아니 어쩔 수 없이 선행을 나가게 됐다. 심화를 해야 하는데 웬일인지 아이들도 조바심을 냈다. 친구들이 매삼비 들고 다니는데, 우리는 매삼비 안 하냐고? 공부에 관심도 없는 승현이가 계속 물었다. 급기야 현태 어머니께서 다른 학원으로 바꾸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현태는 여기 다니고 싶어 하는데, 고전시가랑 문법이랑 걱정이 돼 다른 학원으로 옮기게 됐다고 장문의 문자를 보내오셨다.
그동안 우공비 문학이랑 미래엔 문학 룩, 꿈틀 비문학, 어휘력, 빠작 문학, 독서, 어휘력을 다 끝낸 상태였다. 칼 세이건의『코스모스』 를 네 번에 나눠 한 달 동안 밀도 높게 읽어왔다. 호흡이 긴 책을 읽는 것도 이번 아니면 힘들 것 같아 욕심을 냈는데, 다른 곳에서 선행하고 있다고 하니 조바심들이 났나 보다.
『극강의 공부 PT』쓰면서 문해력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을 전문적으로 알게 돼 그런 것들을 적용할 생각이었다. 4등급 후반인 민정이가 원하던 '인 서울' 간 것도 문해력이 좋아서 논술을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독해력을 충분히 다지기 위해 호흡이 긴 책을 읽고 그런 다음에 여름 방학에 고등부 선행을 나가려고 했던 거였다. 계획이 차질이 생겨서 그만 현태에게는 알려주지도 못한 셈이 됐다.
선행하느라 고등부 고전문학 중에서 <서경별곡>을 공부할 때였다.
승현이가 물었다. '질삼뵈'가 뭐냐고?
'길쌈하던 베'라고 하니 '길쌈'이 뭐냐고 물었다.
'실을 만들어 베를 짜는 거야'
베가 뭔데요? '삼베'야. 실크 같은 옷감인데, 그 실을 베틀에 걸어서 옷감 짜는 거야?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베틀'이요? '베틀 그라운드' 하는 거예요?
아유 그런 거 아니야. 뭐든 게임하고만 연결하려고 하네?
고개를 갸우뚱하며 전혀 감도 못 잡고 있는 듯했다. 할 수 없이 You박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에서 "베틀로 삼베 짜는 과정"을 검색해 보여줬다. 보고 있던 승현이가, 아 저걸로 어떻게 옷을 짜요?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러니까 잘 봐. 어떻게 하는지.
어느 세월에 저걸로 옷감을 짜요?
자, <서경별곡>에 나오는 여성은 자기의 생업인 길쌈하는 베를 버리고서라도 임과 헤어지기 싫어 따라가겠다고 하잖아. 사랑만 해준다면 울면서라도 따라가겠다고 하네. 사랑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보이지. 아주 능동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고 하네. 멋지지 않니?
구린데요. 맘 변하면 떠나는 거지, 뭘 그렇게 질척대요. 이래서 고전문학 공부하기 싫다니까요. 그런데 우리 중3인데 이거 왜 해야 되는데요?
불평이 끊이지를 않았다. 학교 가기 싫다고도 했다. 코로나로 학교 안 간지 오래되다 보니까 학교 가는 날은 엄청 피곤하다며, 배우는 것도 없는데 왜 학교 가야 하는 지를 모르겠다고 계속 투덜댔다.
코로나가 여러 사람 버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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