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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pr 23. 2022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지동설의 데자뷔를 보는 느낌

양쪽 귀 사이에 들어앉아 있는 뇌!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은 고작 1.36킬로그램(3파운드) 짜리 회색 덩어리에 불과한 뇌에 관한 일종의 강연서 같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 1%의 과학자라고 알려진 리사 펠드먼 배럿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글에는 “심리학, 인지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 전하는 아주 짧고 강력한 뇌과학 강의”라고 소개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뇌는 사고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라고 천명한다. 말하자면 생각하거나 느끼기 위해 뇌가 진화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뇌는 신체를 컨트롤하기 위해 진화한 ‘신체 예산’ 관리기관이다. “몸에서 뭔가 필요할 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동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인 '알로 스타시스'를 해내는 것이 뇌란다.       



출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28쪽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대목을 이 책을 감수한 정재승 교수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뇌는 거대한 단백질 덩어리가 아니라 ‘네트워크’라는 사실이라든가, 뇌가 복잡한 네트워크의 유기적 정보처리를 통해 창의성을 발현하는 복잡계 complex system라는 사실 등이 그 예다. 또 니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만도 아니며, ‘양육이 필요한 본성’을 가진 기관이라는 것도 중요한 발견이다. 뇌는 그 자체로 ‘예측 기계 prediction machine'라는 가설도 석학들이 꼽는 주요 성과인 동시에 이 책의 주된 주제다.” (8쪽)   

       

20세기 중반 내과 의사 폴 매클린의 ‘삼위일체의 뇌’가 정설처럼 알려져 왔다. 

진화 이야기에 의하면 ‘삼위일체의 뇌’로 알려진 바와 같이 뇌가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하나는 생존을 또 다른 하나는 느낌을 마지막 하나는 생각을 담당하고 있다. ‘도마뱀의 뇌’라고 알려진 가장 안쪽에 있는 층은 고대 파충류로부터 계승한 것으로 생존본능을 담당한다. 선사시대 포유류로부터 이어온 ‘변연계’라는 가운데 층은 감정을 맡고 있다. 변연계라 일컫는 가운데 층은 유일하게 인간에게만 있어 이성적 사고를 담당한다. 대뇌피질의 일부로 바깥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성적 사고의 근원은 신피질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설을 폴 매클린이  공식화한 것이다.      



출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38쪽


‘삼위일체의 뇌’ 가설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이미 갖고 있던 때에 칼 세이건은 『에덴의 용』에서 ‘삼위일체의 뇌’라는 개념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렸다. 하지만 사실 이 ‘삼위일체의 뇌’는 가장 널리 퍼진 과학적 오류라고 리사 펠드먼 베럿은 주장한다. 이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를 이미 1970년대 뇌 진화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에 『에덴의 용』이 출간됐다는 사실은 덜 알려져 있단다. 

만일 그 사실을 몰랐다면 천문학과 뇌 과학과의 학문 간 연계가 안 되었든지 아니면 천동설을 믿었던 사람들처럼 칼 세이건도 그 당시 주류의 생각을 등한시할 수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칼 세이건 같은 명망 있는 천문학자도 주류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던가. 마치 지동설의 데자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삼위일체의 뇌라는 통념이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CEO들이 참가하는 고가의 임원 교육과정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도마뱀 뇌를 이해하는 법’을 가르치는 까닭이 뇌 진화 분야 전문가들의 홍보력의 부실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무엇보다 삼위일체의 뇌 이야기에는 자체 응원단이 딸려있어서란다. 우리가 아직까지도 삼위일체의 뇌를 믿는 것은 인간이 ‘최고의 종’이라는 1등 트로피를 스스로 수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삼위일체의 뇌가 오류라는 증거가 있어도 계속 변주되고 있다. 아마도 인간 종이 다른 동물 종보다 우월한 지위를 점한다는 종차별주의의 편견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모든 책이 그렇겠지만 특히 과학 관련 책을 읽었을 때의 장점은 새롭게 알게 되는 지식이 많다는 점이다. 

     

“아기의 뇌는 양육자가 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해주지 않는 일로도 배선이 된다”. (86쪽)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양육자가 곁에서 맴돌면서
모든 욕구를 채워주는 것보다
스스로 학습할 기회를 만들어줄 때
자신의 신체 예산을 더 잘 관리한다”. (87쪽)
    
출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83쪽 


양육도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기회가 있는 아기들이 자신의 몸 관리를 잘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는커녕 전혀 돌봄의 혜택을 받지 못한 루마니아 고아원의 아기들 사례는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1960년대에 루마니아의 공산당 정부는 피임과 낙태를 금지했다. 하지만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대통령은 경제 대국, 세계 강국이 되기를 원해 인구 증가 정책을 펼쳤다. 가정에서 양육할 수 있는 아이의 숫자보다 출산 과잉으로 많은 아이들이 고아원에 보내졌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끔찍하게 학대당한 아이들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방치된 아기들은 자극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유아용 침대에 “수용”되었다.      



따뜻한 보살핌이나 적절한 신체적 자극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지적 장애를 입은 채 성장했다. 이들은 언어 습득이나 주의 집중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저자는 이 상황에 대해  “누구도 그들과 관심을 공유하지 않아 뇌가 효과적인 스포트라이트를 위한 배선을 발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아이들은 정신적· 행동적 문제뿐만 아니라 신체의 발육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신체 예산을 제대로 분배하도록 도와주는 양육자 없이 자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건강한 신체 예산을 위한 핵심 요소가 없으면 중요한 배선이 가지치기되어 사라질 수 있다고 예단한다.   

   

사회적 현실은 막중한 책임을 동반할 수밖에 없음을 루마니아 고아원의 사례를 통해 잘 나타내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의 규칙으로 인해 “유전자 풀 gene pool에서 제거된 한 세대”를 양산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결혼할 수 없는 수백만 명의 중국 남성을 만들어 낸 것도 이와 같은 이치이다.    



  바위나 나무, 사막과 바다가 있는 지구 자체는 물리적 현실이다. 사회적 현실이란 우리가 물리적인 것에 집단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표면의 어느 한 덩어리가 '국가'라는 것에 동의하고, 특정한 사람이 대통령이나 여왕처럼 '지도자'라는 것에 동의한다.

  사람들이 그저 마음을 바꾸기만 해도 사회적 현실은 순간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1776년에는 13개의 영국 식민지가 사라지면서 미국으로 대체되었다. 사회적 현실의 세계도 매우 심각하다. 중동에서는 토지의 한 구획이 이스라엘인지 팔레스타인인지를 놓고 동의가 되지 않아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기까지 한다. 우리가 사회적 현실의 사실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행동은 그것을 현실로 만든다. 165~166쪽 


사회적 현실은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인데, 베럿 교수는 우리의 뇌가 이러한 능력을 발달시킨 것으로 '다섯 가지 C'에서 찾는다.  


-창의성 creativity

-의사소통 communication

-모방 copying

-협력 cooperation

-압축 compression


사회적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창의적인' 뇌가 필요하고 둘째, '국가'와 '국경' 같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다른 뇌와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뇌가 필요하다. 셋째, 조화로운 삶을 위한 법과 규범을 확립하기 위해 서로를 '모방'함으로써 배워나가는 뇌가 필요하고 넷째, 광대한 지리적 규모로 '협력'하는 뇌가 필요하다. 다섯째, 압축은 우리의 뇌가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책에서 설명한 대로 다섯 가지 C가 인간의 뇌에게 사회적 현실을 만들고 공유하는 방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대뇌피질의 배선은 압축을 가능하게 하고, 압축은 감각통합을 가능하게 하고, 감각통합은 추상화를 추상화는 물리적 형태가 아닌 사물의 기능을 기초로 해 유연한 예측을 내놓을 수 있게 하는데 그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우리는 의사소통, 협력, 모방을 통해 예측을 공유할 수 있다. 


  

출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170쪽


1.4킬로그램도 안 되는 뇌의 무한한 가능성은 저자가 강조하는 진정한 가치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배럿 박사는 인간의 뇌 발달의 원천을 이성이나 합리성에서보다 의사소통이나 협력, 모방과 창의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뜻밖의’ 뇌 과학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심리학 공부하며 알았던 '삼위일체의 뇌'가 사실은 잘못된 것이었음을. 우리의 소망처럼 인간의 뇌에 다른 종과 다른 새로운 부분이란 없었다는 것을. 아쉽게도 우리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다른 포유류의 뇌에도,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찾아낼 수 있었음을.  종 우월 주의에 젖어있는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뜻밖에’도 뇌 과학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을 읽으며 얻은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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