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당신의 고요를 위한 시간’이라는 부제를 단 『마음 챙김의 인문학』의 책 소개글이 인상적이었다.
“계절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
그러나 나는 홀로 천천히 걷는다.
내 마음이 한가롭기 때문이다.”
시끄러움으로 한가로움을 잃은 적이 없다. 내 마음이 한가롭기 때문에 홀로 천천히 걸을 수 있다는 말이리라. 이 문장을 보면서 글쓰기 수업할 때가 떠올랐다.
글쓰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다 보니 다양한 책을 소개하게 됐다. 듣고 있던 수강생 한 분이 질문을 했다.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느냐고?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으냐고?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기에 책을 읽는다고 대답했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고요해져 크게 동요되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가 있다.
『마음 챙김의 인문학』은 사계절의 목차를 갖고 [봄, 열리다 -여름, 맺히다 - 가을, 꿈꾸다 - 겨울, 마음 챙김의 인문학]으로 40여 편의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어려움이 닥쳐도 마음을 잘 챙기면서 의미 있게 인생을 살아낸 선현들의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띈다. 천천히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나 자신을 가다듬게 된다.
솟구쳐 오르는 분노가 일 때, 욕망 때문에 마음이 들끓을 때 성호 이익은 ‘숨을 세어보라’고 넌지시 권한다.
수식잠(數息箴)
정신을 모으고 고요히 앉아
이런저런 생각 일으키지 말고
나의 들숨과 날숨을 세어보면서
마음을 보존하는 법으로 삼으라
내쉴 때는 봄기운 펴지듯 양기(陽氣)를 뿜고
들이쉴 땐 바다의 밀물이 밀려들 듯 음기(陰氣)를 모으도록
억지로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서둘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한 번에서 열 번, 백번까지 해보면
마음에 똑똑히 기억되리라
하지만 잠깐 소홀히 하면 곧 어그러지니
경건한 마음이 아니면 어찌 해낼 수 있으랴
작년에 영국에 계신 분께 줌으로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배웠던 적이 있다. 그때도 숨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에 집중을 했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마음 챙김 명상을 했었다. 이익은 마음을 보존하는 법으로 호흡에 방점을 찍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진지하면서도 신중하게 숨을 쉬라고 권한다. 자연스럽게 시간을 두고 하다 보면 어느새 일렁이던 마음도 가라앉으리라.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일터 뒤의 작은 공원을 매일 걷고 있다. 명상 음악을 들으며 들숨과 날숨을 고요히 들여다보면서 걷는다. 천천히 걷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가쁜 호흡이 슬며시 조절되며 느닷없이 다가오는 슬픔도 가라앉는다. 사는 게 뭐 별건 가 싶기도 하고,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 밭이 충만해지기도 한다.
마음 챙김의 걷기 명상은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속도의 세상에서
숨을 고르게 하는 몇 안 되는 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