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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21. 2022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과 필경사 바틀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필경사 바틀비의 

"I would prefer not to. "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을 읽으며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가 떠올랐다. 

바틀비는 월 가街에 자리 잡은 법률 사무소에서 필경사로서 일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필경사는 글씨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 데, 바틀비는 변호사가 처리해야 할 수많은 서류 등을 대시 써주는 말 그대로 글씨 쓰는 노동자다. 고분고분하게 일을 잘하던 바틀비가 어느 날인가 기이한 선언을 한다. 일을 시키자 가당치 않게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일축해버린다. 변호사가 아무리 설득하려고 하지만 바틀비의 저항은 지속된다. 소설은 바틀비가 음식을 거부하고 굶어 죽었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바틀비는 자유의지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의 책머리에는 "있는 모습 그대로 행복할 순 없을까? 하는 문제제기로 시작한다. 


어딘가에 있을 '온전한 나'를 찾거나 끊임없이 '더 나은 나'로 계발하는 법이 아니라, 결국 진주를 찾지 못하고 조금 불완전한 면이 있더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존엄하게 살아가는 법, 자기 자리에 단단히 서서 뿌리내리며 사는 법을 말하려 한다. 

-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5쪽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일까?

전문성 개발과 자기 계발은 젊은이나 나이 든 연배를 가리지 않는다. 평생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몰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가속화된 문화에서는 더 많이 일하고, 일을 더 잘해야 하고,
더 오래 일을 해야 한다. 이때 일의 내용이나 의미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자기 계발은 이제 삶의 목적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이 책은 이유 없는 불안 속에서 자신의 존엄성을 잃고 중요한 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굳건히 서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토아 철학에서 그 방법을 찾는다. "자기 통제, 마음의 평화를 얻는 법, 존엄과 의무, 삶의 유한한 본성에 대한 성찰" 같은 가르침으로 평안과 지혜를 얻기를 바라고 있다. 


- 모두가 '당신이 이룰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해보라!'며 긍정적 시각화를 찬양하지만, 반대로 스토아 철학자들은 '당신이 가진 걸 거의 잃었을 때, 마지막까지 남는 건 무엇인가?"를 고민하라고 말한다. 

- 모두가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지만,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즐기라고 말한다.

- 모두가 감정을 자유롭게 발산하라고 주장하지만,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기 절제를 배우고 가끔은 감정을 억제하라고 조언한다.

- 모두가 죽음을 피해야 할 금기처럼 여기지만, 오히려 스토아 철학자들은 매일 자신의 유한한 삶을 생각하며 지금을 삶을 고맙게 여기라고 말한다. (23~24쪽)


출처: pixabay



'진짜 원하는 일', '진짜 자신'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는 "자기 탐색과 자아 찾기가 일종의 시대정신"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내면'에서 찾아야 된다는 강박이 오히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란다. 불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 안에 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인생을 잘 사는 법에 대한 답은 내 안에 있지 않다. '진정한 자아' 같은 건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관념일 뿐이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으면, 내면이 아니라 박을 주시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 내가 바라보는 것, 행동하는 일, 내 주변 사람들을 돌아봐야 한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안이 아니라 밖에 있다. (35쪽)



내면에서 찾기보다는 소설 읽기에서 외적인 의미나 삶의 관점을 찾을 수 있다고 강권한다. 

미국의 철학자 휴버트 드레이퍼스는 공저 『모든 것은 빛난다』에서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서양 고전" 읽기를 추천한다. 드레이퍼스는 요즘 사람들이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적 경험을 쌓는데 몰두하지만 바깥세상으로부터 의미를 끌어내는 법은 모른다고 주장한다. 이것을 해결하는 데 고전이 꽤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인지 고민이 될 때 스토아 철학자들의 생각을 대입해 보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좋은 삶이란 덕이 있는 탁월한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또한 윤리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지칭한다.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덕(arete)'이란 자기 본성과 조화를 이루며 살도록 해주는 특성들을 담고 있다.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을 읽고 나서 커다란 결심을 해본다. 

자기 본성을 간직한 '자기다움'으로 존엄하게 살아가겠다고, 

있는 자리에서 굳건하게 뿌리내리며 살겠다고 필경사 바틀비처럼 선언을 한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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