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전거

저녁을 밟으며 느릿느릿 자전거를 끌고 걷는다

by 진순희


아버지와 자전거


진순희


초로의 남자

저녁을 밟으며 느릿느릿 자전거를 끌고 걷는다

날은 어두워지고 그의 등도 기울고

저무는 삶도 저녁놀과 함께 기우뚱거린다

낙엽이 깔린 길을 터벅터벅 걷는 저 모습

왠지 눈에 익었다


외상값 받으러 갔다 허탕치고 돌아온 날

아버지는 술 한잔으로 마음을 달래고

길은 아는 자전거는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왔다


뒷산에 할머니를 묻고 돌아오던 날

축 처진 등을 보았다


주인과 더불어 비틀거리던 자전거

잊었던 뒷모습이 저기 걸어간다



2012년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진순희국어논술학원 & SUNI 책쓰기 아카데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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