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한 모, 그 착했던 날들

by 진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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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한 모, 그 착했던 날들


진순희



이렇게 착한 놈을 보았나

두부, 태생이 부드럽고 희멀건 족속이다

끓는 물에 펄떡이던 미꾸라지

허둥지둥 빨려들어가 한 몸 되었다


두부숙회 탕이란다

건강식품이 변변치 않던 옛날엔

마님이 야밤에 은밀히 끓이는

사랑의 묘약이기도 했다지


두부+미꾸라지, 씹히는 식감

모시조개 국물과 한바탕 흐드러지다가

목울대 타고내리는 뜨끈한 기운

온몸으로 퍼지더니 먼 기억을 끌어온다


딸랑딸랑

두부장수가 지나가고

엄마 기다리던 어스름 긴 골목

주린 배에서 꼬르륵 울음소리가 났었지


두부를 먹으면 내가 착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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