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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정현종

by 진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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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섬』, 문학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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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E-3로 진순희 만듦


정현종 시인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를 읽으면서, 대만의 단수이(淡水)를 여행하던 어느 비 오는 날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한강 고수부지처럼 강변이 펼쳐진 그곳은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우산 없이 다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잠시 비를 피하려 편의점 옆 작은 휴게소로 들어섰을 때, 한 커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농아인 듯 보였는데, 서로 손짓으로 대화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비 내리는 강변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손으로 말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은 묘하게 평화로웠습니다. 거센 비와 회색빛 풍경 속에서도 그들은 마치 강변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단순히 비를 피하려 들어간 곳에서 본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조화로운 순간은 비와 강, 그리고 그들의 웃음이 하나가 되어 완벽한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DALLE-3 진순희 만듦



사람이 있어야 풍경은 비로소 이야기가 됩니다


정현종 시인은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는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완벽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장면을 넘어, 그 속에 감정과 이야기가 깃들어 하나의 그림처럼 완성될 때 우리는 사람과 순간이 함께 피어나는 풍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풍경은 단지 눈으로 스쳐가는 장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존재가 더해질 때, 풍경은 비로소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됩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풍경에 생동감을 더하고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습니다.


DALLE-3 진순희 만듦



우리의 발걸음과 숨결은 정적이었던 풍경을 움직이게 합니다. 마치 강물 위에 번지는 햇살처럼, 사람의 존재는 단순한 장면을 넘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사람이 머무는 순간, 풍경은 더 이상 배경에 머물지 않습니다. 거기에 감정이 스며들고, 추억이 새겨지며, 세상은 하나의 조화로운 작품으로 완성됩니다.



풍경을 풍경답게 만드는 것은 사람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힘입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이라는 순간을 그려나가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머무는 그 시간과 장소에서,
풍경은 이야기가 되고,
세상은 온화한 빛으로 가득 찹니다.




DALLE-3 진순희 만듦



한 사람, 한 순간, 한 폭의 그림


몇 해 전, 스페인의 톨레도를 여행하던 날이 생각납니다. 톨레도 성곽을 내려다보면 옛 영주들이 살았던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날은 2월 중순경, 뜻밖에도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찻집이 너무 붐벼 계단을 따라 내려오던 중, 계단 옆에서 한 아몬드 나무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 나무는 눈 내리는 풍경 속에서 분홍빛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벚꽃보다 짙은 빛깔의 꽃이 하얗게 내리는 눈과 대비되며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놀라운 광경에 저도 모르게 발길을 멈췄고, 곁에 있던 사람들 역시 걸음을 멈추고 나무를 바라보며 감탄의 소리를 냈습니다. "눈발 속에서 꽃이 피어나다니!" 그들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놀라움과 감동이 담겨 있었습니다. 눈 내리는 풍경 속에서 꽃이 피어난 그 모습,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며 경이로워하는 사람들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그 순간은 단순히 겨울에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감탄과 머무름, 그리고 아몬드 나무가 주는 고요함이 톨레도의 공간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눈송이가 흩날리는 풍경 속에서 나무에 피어난 꽃은 자연과 사람의 감정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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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곧 우리가 머무는 순간의 예술


풍경은 단지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존재가 그 순간,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며 느껴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경험입니다. 그런 조화로운 순간은 단순한 장면을 넘어, 예술처럼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는 순간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발견될 수 있습니다. 대만 단수이의 비 내리는 강변에서 손짓으로 대화를 나누던 커플처럼, 스페인 톨레도의 눈 내리는 들판 속 꽃처럼, 그런 순간들은 특별한 장소나 시간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을 지니는 일입니다.


정현종 시인의 시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는 때야말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깊고 의미 있는 순간이며, 그것은 우리 삶 속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발견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눈 속의 꽃처럼,


비 속의 웃음처럼,


당신이 머무는 순간,


풍경은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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