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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숲- 황인찬

by 진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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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숲


-황인찬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구관조 씻기기』, 민음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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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속에서도 삶은 흐른다


-진순희



창문을 열자 바람이 스며든다.

햇빛은 오래전 그날처럼 기울어지고,

누군가는 길 끝으로 사라진다.

뜨거운 물에 찻잔을 헹군다.

손끝에 닿은 온기,

사라진 체온을 닮았다.

발소리를 착각하는 일이 잦아진다.

돌아보면, 거기엔 언제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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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의 공기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시간은 잔잔한 물결처럼 자리를 덮어간다.

기억이 흐려진다는 것은

손에 쥔 사진이 바래는 일이 아니라

더 이상 부르지 않는 것.

사랑은 한때 가득했던 것들의 빈자리로 남고,

남은 자는 그림자를 데리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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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한 사람의 이마에 입 맞추던 순간이 되살아난다

꿈속에서는 누구도 떠나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도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고,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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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다시 창을 연다.

길 끝의 숲은 여전히 거기 있다.

사랑은 강물 속 돌처럼 가라앉지만,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떠난 자는 추억 속에서 숨 쉬고,

남겨진 자는 그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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