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옷 vs 내가 입는 옷

by naniverse

나는 어떤 옷을 좋아하는 사람인가요?


질문을 받고 바로 그려지는 그림이 있었다.

겨울의 나는 이런 모습이고 싶다.

안에는 흰색, 검정색 또는 회색 폴라티를 입고 긴 코트를 입는다.

긴 코트는 차르르하게 떨어지는 제법 긴 기장이어야 하며 품이 제법 넉넉하지만, 여미지 않은 모습이면 좋겠다.

이너는 비싸지 않는 가성비 넘치는 옷이어도 상관 없겠다. 하지만 코트는 퀄러티가 있는 보드랍고 따뜻한 코트면 좋겠다.

너무 좁지 않은 품의 바지를 입는다. 겨울철이니 니트소재의 차른한 바지도 좋겠다.

코트 대신 무릎까지 오는 기장의 긴 가디건을 입은 모습도 좋다. 파스텔톤의 보드라운 목도리도 하나 목에 걸어주면 좋겠다.

한 번 사면 오래 입을 수 있는 제법 가치가 있는 옷을 입는 사람이고 싶다.

티셔츠 하나에 수십만원씩 하는 정도의 비싼 옷은 아니더라도, 그래서 내가 마음에 들어 산 옷을 소중히 여기며 내게 어울리는 옷차림을 매일같이

입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실상의 나는 어떤가?

세상 편한 고무줄허리의 조거팬츠를 입고, 목이 늘어난 반팔이나 긴팔 운동복을 입고 뽀글이 점퍼를 걸쳐 입니다.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뽀글이에서 짧은 기장의 패딩으로 바꿔입고, 기온이 더 내려가는 날이면 무릎까지 오는 롱패딩으로 나를 감춘다.

내가 사는 옷들은 그저 한해 또는 두해를 입고 버려도 아깝지 않을 그런 싸구려옷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옷에 애정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으로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를 하고 쏙 맘에 드는 옷들도 물론 아주 가끔 발견하기도 하지만,

내 옷장에 있는 대부분의 옷들은 내게 어떤 애정도, 사랑도 받고 있지 않다.


남에게 보이는 것에 신경쓰지 않아요 라고 말한다.

난 비싼것은 필요없어! 싼 것을 입어도 충분히 예뻐! 하고 말한다.


하지만 이 질문을 받고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내 옷장을 가득 채운 싸고 싼 저 옷들을 입으며, 너는 과연 매일매일 만족하고 사는 것이 맞느냐고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어울리지도 않는 수많은 옷들, 애정을 주지 못해 빛을 못보는 옷들

아깝다고 버리지도 못한 채 끌어안고 사는 짐같은 옷들이 너무도 많다.


그저 싼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님을 다시 깨닫는다.

원하는 취향의 옷을 구매하고, 원하는 모습으로 나를 가꾸면서 사는 인생이 훨씬 가치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쌀 필요는 없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어울리지도 않을 옷을 구매하고 옷장에 쌓아두는 일은 더이상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울리지 않는 옷들은 과감하게 처분해보자.

다신 입지 않을 옷들은 이번주에는 정말 처분해보겠다.

내가 좋아하는 옷들로만 가득 찬, 아니 텅텅 빌 옷장을 그려보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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