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공간에 대해

by naniverse

오늘도 나 혼자만의 출근을 합니다.

늘 오는 카페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41층에 자리잡은 대형 프렌차이즈카페는 호수전망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평일 아침에는 비교적 조용하고, 점심 무렵에는 활기찬 기운이 감돌고 저녁엔 퇴근 후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주말 아침인 오늘은 아침부터 와글와글 시끄럽습니다. 둘둘, 삼삼오오 모여 정다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무슨 얘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 모인걸까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를 갈망했던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어도 배우고, 가야금도 배우고, 운동도 하지만 어쩐지 텅빈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사람들과 매일같이 부딪히던 회사생활 당시에는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공장 생산직으로 발령이 나면 좋겠다. 그럼 사람들과 얘기를 안해도 되잖아 ‘

사람들과의 실갱이를 해야하는 업무의 특성 상, 퇴근 후 혼자 있을 수 있는 집을 가장 좋아했습다.

하지만, 매일매일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사람들가의 작은 교류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욕심을 내기 마련이지요.

그토록 바래왔던 조용한 시간이 왔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리워졌습니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 이 곳에 왔습니다.

잠시 들른 이 카페에서 가만히 앉아 사람 구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만 혼자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정답게 이야기 하고 있는 속에 혼자 떠있는 섬같은 느낌. 하지만 혼자임을 받아들이고 나니, 어느새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따뜻하게 나를 감쌉니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지만, 나도 그들과 같이 아주 작은 일상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호수를 등지고 있는 대형 테이블의 끝자락에 자리를 잡습니다.

호수를 바라보고 앉으면 호수가에 빛이 비쳐 눈을 뜨고 있는 것이 좀 어렵지만, 처음 오는 손님들은 이것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호수 위로 아침햇살이 비추는 모습, 바람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없지만, 독립적으로 공간을 차지할 수 있기도 하고 곁눈질로 사람들을 구경하기에도 안성맞춤인 모퉁이 자리입니다.

어쩌다 내 자리로 찜 해 놓은 자리에 사람이 앉아있으면 조금은 서운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엄마와 함께 온 쌍둥이 형제들이 반대쪽 모퉁이에 조용히 앉아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맞은 편 대형테이블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등 뒤로는 아기들의 꺄르르하는 웃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저 멀리에는 나처럼 혼자 와서 노트북에 몰두하며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보입니다. 그도 나처럼 이곳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처럼 혼자 앉아 글을 쓰는 날이 많습니다.

집에는 쇼파와 티비 등 온갖 방해꾼들이 많지만, 이곳에는 나를 방해하는 것들이 없습니다.

일단 써내려가기 시작하면 금방입니다. 사람들의 이야기, 호수의 잔잔한 물결, 그리고 달달한 커피 한잔도 글을 쓰는 모든 소재가 되어 줍니다. 오늘도 좋아하는 달달한 디카페인 커피를 한 잔 시켜놓고 끄적여봅니다.

어느 날은 책을 읽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눈이 감겨 읽지 못하는 어려운 책도 어쩐지 이곳에서는 쉽게 읽힙니다.

오늘은 유명한 김진명작가님의 카지노를 보려고 합니다. 어제 집에서 보다 졸려서 잠시 덮었는데, 오늘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요?


이 작은 공간이 좋습니다.

배경에 깔리는 신나는 음악도 좋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듣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정답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쩌다 혼자 와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동질감을 느껴 좋습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사람들은 이곳에 옵니다. 나는 이 곳에서 혼자 있는 나와 사람들 사이의 나를 함께 발견합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동안 내면의 나와 마주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노 나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순간들의 발견하게 됩니다.


나에게 이 곳은 작은 위로의 공간입니다.

모두가 함께 있을 때, 혼자 있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배웁니다.

글도 나의 친구가 되어 주고 있고 이제 읽기 시작 할 책도 나의 친구가 되어 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오늘도 이곳에서 나는 나의 작은 세상을 발견합니다.

당신에게도 이런 공간이 있나요?

이곳에서의 나처럼 당신만의 위로를 찾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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