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매일매일 하는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나만의 루틴으로 만들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잠시 애플리케이션을 떠올려 봤지만, 이미 몇 번이나 실패했던 일입니다.
며칠이 지나면 내가 체크를 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되고, 습관으로 만들고 싶었던 일들을 하루, 이틀, 일주일 씩 빼먹는 것 당연한 결과입니다.
감시자가 필요했습니다. 감시자는 벽에 붙여놓을 수 있는 체크리스트로 정했습니다.
어릴 적 붙여 본 포도알스티커를 기억하시나요? 눈에 잘 보이는 거실 벽에 떡 하니 붙여놓았습니다.
오늘 그것을 했다면, 귀여운 스티커를 하나 붙여줍니다. 시작한 지 며칠 안 됐지만, 빈칸을 보니 어쩐지 뜨끔합니다.
습관을 만드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시키지 않아도 했을 텐데,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대게 꼭 하지는 않아도 큰 지장이 없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꼭 해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습관화해야 합니다.
내년에 꼭 해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글쓰기와 영어공부하기로 정했습니다. 뿌듯한 마음에 두 항목을 적고 나니 잠깐만! 뭔가 이상합니다.
운동을 적을 곳이 없네??
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참, 운동을 적을 필요는 없지 어차피 디폴트 값이니까
스스로 이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소~~ 오름‘이라고 외치게 됐습니다.
운동이 디폴트가 되었다니!!!!!! 드디어!!!!!
원래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냐고 물으신다면, 당연히 그럴 리가 없잖아요라고 대답하겠습니다.
30대 후반 무렵 술을 마시고 일하면서 살다가는 큰일 나겠는데? 싶어서 잠깐 필라테스 학원에 등록한 적이 있었더랬지요.
일주일에 고작 1번을 가는 스케줄이었지만, 수업 전날부터 불안 초초한 감정이 물밀듯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합니다. ’무슨 핑계를 대로 수업을 취소하지?? ’
헬스도 해보고 필라테스도 해보고 마라톤도 해봤지만, 역시 운동은 재미가 없습니다.
숨쉬기 운동정도가 나와는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5개월 간의 항암치료를 마친 후 저의 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간 호수공원에서 절망이 밀려왔습니다. 고작 3km의 거리, 예전엔 30분이면 한 바퀴를 돌았지만 그날의 저는 수십 번 멈춰 서야 했습니다.
이제 막 수술을 마친 암환자에게 추천하는 재활운동조차 해 낼 수 없었습니다.
숨쉬기 운동 말고는 해 날 수 없는 몸상태가 됐다는 좌절감은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어. 다시 건강해질 테야. 반드시
절망으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건강해지고 싶었습니다.
치료 종료 후 약 3개월 후부터 저는 필라테스를 시작했습니다.
총 3번의 수술을 받고 만신창이가 된 몸 상태를 설명하고 와서는 많이도 울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스트레칭을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2번씩 아주 천천히 몸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쯤 후부터는 옮긴 센터에서 그룹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면 몸이 회복되었다 싶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습니다.
일반인들의 운동 수준을 따라가는 것이 벅차 다시 개인레슨으로 돌아가는 것도 고민했지만, 그래도 해내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면, 일반인처럼 운동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아주 작은 희망이었습니다.
매주 최소 2번씩, 어쩌다 여유가 있는 주는 3번씩, 개인레슨과 그룹레슨을 병행하며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운동은 이렇게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나니 님,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을 따 볼 생각은 혹시 없어요?
어쩐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그저 살기 위해 2년 반을 부지런히 달려왔는데, 지도자과정을 제안받을 정도로 건강해졌구나.
마치 어두운 터널 끝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을 본 것 같았습니다. 쉽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남들은 정말 쉽게 하는 동작들도 개복수술의 후유증으로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더디게 성장하는 나를 보며 좌절하는 시간을 갖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꾸준히 하고 싶었습니다.
매달 스케줄을 정리하며, 가장 우선 예약을 하는 것은 필라테스 수업입니다.
갈 수 있을 거 같은 모든 날에 예약을 걸어두고 시작합니다. 친구와의 점심 약속, 다른 일정은 모두 운동시간 외 시간에 배정합니다.
이렇게 2년을 넘게 살다 보니 이제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항목을 생각할 때 운동이라는 단어는 떠오르지조차 않는 것이 되었습니다.
주 3회 운동은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50분 동안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오늘 하루도 운동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엔도르핀이 샘솟는 것이 느껴집니다 내일 또 봬요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많은 이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운동을 쉽게 시작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운동은 시간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 내어해야 하는 일입니다.
온갖 이유들이 운동을 하러 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겠지만, 그래도 시작해야 합니다.
오늘 당장 시작해 보세요. 작고 느려도 괜찮습니다. 처음엔 힘들 거예요. 꾸준히 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쌓아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운동이 당신의 가장 중요한 오늘의 한 가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내일을 바꿀 운동을, 오늘 바로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