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한 줌의 위로

by naniverse

눈을 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창문을 열는 일입니다.

시원한 공기가 스며들고, 창밖으로 보이는 호숫가의 내음이 나를 감쌉니다.

팝콘 같은 벚꽃이 호수를 가득 채우는 어느 날엔 봄이 다 왔구나를 느끼고,

하얀 눈으로 가득한 호수를 내려다보며 드디어 겨울이 찾아왔구나 알지요.


따스한 햇살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신호입니다.

햇살이 한가득 거실을 채우는 날이면, 그 자체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해집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해 창가에 자리를 잡습니다. 창문 저 너머로 작게 보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잠옷 바람인 내 모습에 뜨끔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것조차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온화한 온기가 퍼지는 햇살 좋은 날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것으로 하루는 완벽합니다.


이 집에 오게 된 건 3년 전입니다.

한참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분주히 병원을 오가던 시절, 저는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아 지금 내게는 햇살이 필요해 “

당시 제가 살던 집은 북향의 작은 오피스텔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햇살 한 줌 들어오지 않았지만,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회사원 시절에는 아늑한 쉼터였습니다. 하지만 치료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은 더 이상 나를 위로하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햇살 한 줌 없는 회색 공기는 내 마음을 짓눌렀고, 작고 좁고 어두운 집은 나를 치유하는 곳이 아니라 감옥 같았지요.

회사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저는 이사를 했습니다.

백조의 삶을 선택한 저는, 더 이상 매일 아침 출근하는 회사원이 아닌 제게 나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눈부신 햇살이 가득 들어옵니다.

삼재가 덕을 쌓아야 정남향 집에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엄마와 아빠가 마지막 남은 덕을 쌓아주신 덕분인 것 같습니다.

‘뭐 30층이라고? 안돼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야 해 ‘

너무 높은 층수라고 엄마는 반대했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계약을 해버리고 만 것을


많은 사람들이 학업으로, 회사일로 바쁘게 살아갑니다.

집으로 돌아와 온전히 나를 내려두고 마음 편히 쉴 곳이 필요합니다.

저는 혼자 산지 벌써 24년 째인데, 비로소 이 집에서 “진짜 나의 집”을 찾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직 온전한 내 소유의 집은 아니지만, 내가 머무는 곳이 곧 내 집 아니겠어요?


당신의 집은 어떠한가요?

당신에게 완전한 쉼을 주고 있나요?

만약 지금의 집이 당신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면, 조금 더 나은 곳으로의 이동도 고려해 보세요.

꼭 넓고 좋은 집일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머무르는 그곳이 당신의 마음이 편안한 곳이라면 충분합니다.

작은 햇살 한 줌이 당신의 인생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꿀 수 있는지, 곧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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