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24.12.31

by naniverse

나에게 쓰는 편지 24.12.31


벌써 올 한 해가 다 갔네. 올 한 해도 잘 살아남아 준 너에게 꼭 편지를 쓰고 싶었어.

참 바쁘게도 한 해가 지나갔다. 많은 일을 했고 많이 울기도 했고 많이 웃기도 했어.


한 해를 살아남는 것이 너의 일차 목표인데, 참 잘했어. 축하해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로운 한 해가 지나갔구나 생각했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 년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난 6월 외과 정기검진에서 수술부위에 이상한 뭔가가 보인다고 추가검사를 진행하자고 하는 교수님의 말씀에 무너져 내렸던 것이 문득 생각났어. 또다시 환자의 삶으로 돌아갈까 봐 얼마나 무서웠던지.

근데 고작 5개월이 지났는데, 그때의 무서움은 사실 기억도 잘 안나.


인생이 어쩜 이런 지


4개월마다 하던 검진이 6개월마다로 바뀌었고, 바쁜 병원의 스케줄 때문에 그마저도 8개월 마다로 바뀌고. 이제 일 년에 고작 3번 정도 가는 병원 행에 어쩌다 가끔은 내게 환자라는 사실도 잊곤 해. 하지만 그래서 이전처럼 막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널 보며 감사하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안쓰럽게도 하고 그래.

그래도 살아남아 주어 진심으로 고마워


올 한 해는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참 많은 일을 한 한 해였어.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어.

너 혼자만을 위한 삶이 아닌, 네 주변에 있는 가족들도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어떠한 선택이던지 하려고 하는 널 보면 참 고맙고 이뻐.

물론 너도 가끔은 버거울 때도 있고,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

하지만 너의 작은 노력들이 쌓여 내 가족들이 행복하니, 나도 이젠 그저 좋아.

내년엔 또 어떤 이벤트들로 나의 가족들이 즐거울 수 있을지 계획을 세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열심히 일하던 그 성격은 어디 안 가나 봐. 일 하듯이 가족 관련 일처리를 하는 나를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해.


여러 가지 도전들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시도한 널 참 창 친해.

운동은 이제 완벽하게 루틴으로 자리 잡았고, 영어도 너의 삶의 일부가 되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정말 좋아.

책을 꼭 하나 내고 싶다는 큰 꿈도 꿀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 보니 계기가 되었지. 이렇게 너에게 편지도 쓸 수 있게 됐으니 말이야.

잠시 흥미를 읽었던 가야금도 이젠 너무 재밌게 배우게 됐으니 삶이 점점 풍성해지는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좋았지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역시나 사람이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사회적 고립을 느끼는 시간이었어

공통의 관심사가 없는 이전 인연들과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정말 확실하게 느끼는 것은 조금 슬프기도 했어.


지금이 바로 새로운 친구들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확실해. 이제 새롭게 인연을 맺기 시작한 파이어족카페 사람들, 은퇴카페 사람들과 조금 더 좋은 인연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

또 다른 시절인연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올해 꼭 하고 싶었지만 해내지 못한 것, 나의 오랜 친구들을 되찾는 것,,

왜 용기 내지 못했을까 후회 돼. 하지만 여전히 망설여져

민이와 경화를 다시 만 자지 못하고 인생이 끝난다면 그것은 분명 후회로 남을 테지.

내년에는 용기를 조금 더 내서, 내가 보고 싶었던 옛 친구와 다시 인연을 이어가는 것을 꼭 해려고 해.

정말 많이 보고 싶으니까


올 한 해 가장 힘들고도 가장 아쉬운 것을 역시 J와의 관계지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해. 정말 조금만 J가 변해준다면 우리의 인연을 정리하지 않아도 될 텐데….

여전히 우리의 관계의 어려움을 그에게서 찾고 있으니, 분명 잘못된 것일 테지.

내 성에 차지는 않지만, 그는 정말 많이 변했고, 계속 변하고 있는 중인데 말이야

내 마음이 변하고 있는 것, 내가 그에게 계속 실망하기만 하고 있는 것을 느낌 때마다 정말 속이 쓰리도록 아프다.


내가 과연 우리의 인연을 정말 끝낼 수 있는 걸까?

사실은 끝내고 싶지 않은 것이 진실인데 나는 왜 이제는 그만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상황을 끌고 가는 걸까? 오롯이 그인 채로 인정하고 포용해야 하는데, 내 마음이 그렇게 좁고 좁아.

조금만 더 너른 마음으로 그의 시간을 인정해 주고 우리의 차이를 인정해 주면 좋겠어.

점수를 매기자면 그와의 관계에서의 내 점수는 C정도겠다.

이러다 곧 낙제를 당하겠는걸


내년에는 조금은 여유를 더 가지고 싶어. 올해는 정말 바빴으니까

여전히 여행을 갈 테고 여전히 운동을 할 테고 여전히 영어공부도 할 테야.

이제 기본 루틴으로 자리 잡히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다른 것들도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 해.


J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

술을 조금 줄이고, 진짜 어쩌다 가끔 행복을 위해 조금만 마시는 것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어 보는 것

옛 인연들 중 보고 싶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다시 연결해 보는 것

꾸준히 글을 쓰면서 작가로서의 나를 다시 만들어 나가는 것

더 건강한 음식을 해서 먹고 나의 건강에 조금 더 신경 쓰는 것

나에 대해 더 많이 탐구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을 꼭 시도해 보는 것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많은 나니 씨

내년에도 잘 부탁해

너의 건강과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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