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가는 길

by naniverse

호수 한가운데 작은 숲 속 도서관이 있습니다.

호숫가를 도는 날이면 늘 볼 수 있는 곳이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더랬지요

암 치료를 받던 중 우연히 들르게 되었습니다.

물 한 잔 마시며 잠시 다리를 쉬어갈 곳이 필요했는데 그때 숲 속 도서관이 보였으니까요


도서관까지 가는 길은 늘 설렙니다.

집에서 나와 작은 냇가를 따라 작은 오솔길을 걷다 보면 메인 산책로가 나옵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고소한 빵냄새와 커피 향.

잠시 멈추고 싶지만 우선은 지나가 봅니다. 사람들이 와글와글 합니다. 동네의 야채, 과일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고소한 두부냄새도 나는 것 같습니다. 잠시 멈춰 기웃하고 싶지만, 일단은 도서관으로 발을 옯깁니다.


아침 일찍부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어쩔 땐 책을 보는 사람들보다 각자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일까?

공부에는 조금의 관심도 흥미로 없는 저로써는 참 생경한 풍경이기도 합니다.

오늘 빌릴 책이 대여가 가능한지 찾아보고 서가를 거닐어 봅니다.

한눈에 찾을 수 있는 책들도 있지만 어쩔 땐 숨바꼭질하듯이 몇 번을 둘러봐야 찾을 수 있는 책도 있습니다.

보통은 빌리려고 작정한 ( 미리 검색하고 대여가능하다는 것까지 알아놓은 ) 책들을 우선 골라놓습니다. 그리고는 한 두 권의 낯선 책을 찾기 위해 서가를 헤맵니다.


제목이 끌리는 책을 집어 들고 작가의 말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 있다면 그것까지 빌려보지요. 오늘은 4권의 책을 빌려봤습니다.

배낭이 제법 무겁습니다. 무거운 만큼 나의 일주일이 또 배움으로 가득해질 테지요


어느새 길가에는 앙상한 가지들만 보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풍들이 제법 남아있던 것 같은데, 빛바랜 회색마을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갑니다. 잠시 울적 해질 때즈음에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싸요 싸! 오늘 딸기 세일합니다! 2팩에 2만 원!!!! ’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나의 발걸음도 딸기를 향해 돌진합니다.

온라인 마트에서 손쉽게 장을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가끔 이렇게 정겨운 곳에서의 장보기는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훨씬 저렴한 금액에 1인 가구에게 맞는 소량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무엇을 해 먹을까 잔뜩 두근대며 장바구니를 채워봅니다. 오늘은 버섯과 로메인과 브로콜리를 담아보았습니다.

한동안 브로콜리가 비싸 손이 가지 않았는데 1500밖에 안 하니 가득 담아도 되겠습니다


도서관으로 가는 짧은 길이 뭐 별거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부작 걸으면서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계절을 느끼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사람들의 열정을 보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평범한 하루가 따뜻하게 내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잠시 멈추고 걸으면 당신 마음의 소리가 속삭입니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늘 다니는 길로 걸어보세요. 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로도 걸어보세요. 많은 것들이 당신을 반겨줍니다.

작은 산책이 오늘 지치고 힘든 당신에게 짧은 위로를 건네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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