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러너가 삼일을 내리 달리면 생기는 일

고작 1K를 달리고 멈춰 선 엉망진창 달리기

by naniverse

제법 뛸만할 정도로 쉽기만 했던 첫 달리기는 아니었다.

이 좋은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니!라는 생각과 함께 끝내고 나서의 희열을 잊지 못해 나는 연일 달리기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이틀을 연속으로 달리는 것이 과연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내심 있었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으니 아프면 그때 멈추지 뭐 하는 생각이었다.


25/08/30 - 엉망진창 달리기 2일 차


오늘의 목표는 아주 심플했다. 어제보다 단 1미터라도 많이 달리는 것.

어제의 2배만큼 달려야지 하는 마음은 절대 들지 않았다. 1K를 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난 어제 느꼈으니까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제보다 조금만 더 오래 달려보자.

어제 딱 500미터 지점부터 아주 죽을 맛을 맛보았던 기억이 나 오늘은 조금 더 천천히 달려볼까 싶었다.

아니 그런데, 어제도 이미 천천히 달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더 천천히 달리지?? 더 빨리 달려야 하는 것 아닌가?


동일한 코스를 이틀 연속 뛰니 어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달리는 곳 바닥에는 100미터마다 표시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던 첫날과는 달리

나는 달리면서 내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이틀 만에 터득했다.

오.. 벌써 700미터 즈음 뛴 것 같은데, 어제만큼 다리가 무겁지가 않은 걸? 제법 뛸만해~

인간의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고작 이틀 만에 이만큼이나 적응이 되다니, 거의 1킬로를 다 뛴 것 같은데 아직도 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뛸만한데?라는 생각을 하며 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제 뛰었던 1킬로미터 지점도 지나쳐버렸다.

전혀 뛸 생각이 없었던 ( 내려가며 올라와야 하니까 ) 내리막길에 들어서고 나서야, 어 지나갔나 봐! 하고 눈치챘다.

1일 차보다 훨씬 수월했고, 아직 조금 더 뛸 체력이 분명 남아 있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순간 멈춰 서야 했다.

내리막길을 고작 10초쯤 뛰었을까, 갑자기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디라도 아프면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 멀리 뛸 수 있습니다. ”


어제 뜀박질의 희열을 느끼고 하루 종일 봐 둔 유튜브 전문가들의 가르침이 머리를 스쳤다.

종일 누워서 유튜브를 본 보람이 있네

즉각 멈추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러닝앱을 확인했다.

과연 어제보다 얼마나 더 달렸을까?


1.35K!!! 어제보다 무려 300미터를 더 뛰어버렸지 뭐야!!!


생각보다 수월했던 이틀째 달리기를 마치고 나니, 이렇게 잘 뛰다가는 올 가을 10K를 뛸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마저 들고 말았다.


오늘의 러닝 로그

거리 : 1.35km

시간 : 13분 03초

컨디션 : 1일 차보다 확실히 덜 힘듦

통증 : 내리막길에서 무릎에 통증 감지됨, 즉시 멈춤

다음 목표 : 오늘보다 길게, 반드시 무릎보호대를 차고 뛰어 볼 것 


25/08/31 - 엉망진창 달리기 3일 차


무릎통증은 다행히 뛰는 것을 멈추니 바로 사라졌다.

하지만 첫날 아무렇지도 않았던 종아리, 허벅지가 쑤시기 시작했고, 정강이 쪽 근육도 아프기 시작했다.

달리기 전, 후 스트레칭이 부족했던 것일까? 오늘은 충분한 스트레칭을 근육들을 다 풀어주고 말겠어 하는 생각과 함께 3일 차 시작


확실히 어제보다 더 수월하다.

무릎보호대를 했고, 어제 갔던 내리막을 뛰지 않으려 어 일찍 왔던 길을 돌아 뛰기 시작했다.

무릎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숨 쉬는 것도 훨씬 편안해진 느낌이 들었다. 같은 코스를 3번째 뛰다 보니, 처음시작 부분이 살짝 오르막이라는 것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체력이 쌩쌩한 초반이 다소 힘이 드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무리하지 않고 어제만큼만 뛰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삼일째 러닝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덜 힘들어 어제 끝냈던 지점을 지나 계속 뛰었다.


호수공원 한 바퀴라도 뛸 수 있을 것 같았던 마음도 잠시, 통증이라는 것은 참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늘은 무릎이 아니라 왼쪽 고관절 쪽에 무리가 갔나 보다. 다리를 들 때 아주 오래 걸었을 때 느껴지는 뻐근한 통증이 살짝 느껴지기 시작했다. 호흡이나 체력은 분명 남아있는 느낌인데, 어쩐지 여기서 멈추기는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더 뛸까? 말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멈추겠다는 다짐도 하루 만에 잊으려는 모양이다.

다행히 정신을 가다듬고,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러닝을 끝냈다.


오늘의 러닝 로그

거리 : 1.51km

시간 : 13분 04초

컨디션 : 2일 차보다 200미터나 더 달렸는데, 시간은 1초 빠르다!!!

통증 : 고관절 통증이 느껴짐. 잠시 망설이다 즉시 멈춤

다음 목표 : 오늘보다 길게, 1.8K를 목표로


호기롭게 시작했던 엉망진창 달리기는 내리 삼일을 뛰고 나서 작심삼일 달성과 함께 더 이어지지 못하고 중단됐다.

3일 차 저녁이 지나면서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정강이 부분에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전 이틀 느꼈던 근육통과는 또 다른 느낌의 통증, 다리 여기저기가 쑤셔 잠이 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단지 이것만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 발을 디디는데 오른쪽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으악!

오른쪽 발목뼈아래 아치부위가 통통하게 부어있었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져 뛰는 것은 고사하고 걷는 것조차 신경이 쓰였다. 병원을 가야 할까? 며칠 쉬면 괜찮아지는 것일까? 어쩌지? 하고 고민하다 챗지피티와 대화를 시작했다.


나만의 진단은 “후경골근건염”

초보러너들이 갑자기 견딜 수 있는 이상의 운동을 했을 때 쉽게 걸릴 수 있는 질환이었다.

걷지 못할 만큼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한 것은 염증이 시작됐다는 것이었다. 1~2주를 쉬어도 경과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진료를 받아봐야 한다는 AI의 진단에, 나의 달리기는 삼일천하로 끝나고야 말았다. 남들은 5K. 10K를 쉽게도 뛰던데, 고작 1K를 조금 넘게 뛰고 나서 환자가 된 신세라니.


이렇게 멈추면 다시 시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무리해서 뛰어서 생각보다 오랜 기간 뛰지 못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다니, 잠시 쉬며 다시 단단히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는 것도 싫어하던 내가 내리 3일을 뛰어버렸으니,,, 놀란 것도 당연해, 다리야. 미안해


발바닥이 아프지 않아 지면 바로 다시 뛰러 나가겠어하는 다짐과 함께, 나는 AI의 조언에 따라 뛰는 방법을 변경하기로 결심했다.


인터벌 러닝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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