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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주 May 04. 2024

사내정치보다는 마이웨이

사회초년생 때만 하더라도 사내정치는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간혹 사내정치와 관련된 일화를 듣더라도 회장님이나 사장님 같은 높으신 분들 간의 권력 다툼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일개 사원인 나에게까지 그 파장이 올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내정치는 마치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파도와 같아서 어떤 직장인도 그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내정치의 판세에 따라 조직의 리더는 수시로 변경되었고 그 때마다 나의 업무내용과 방식은 계속 수정되어야 했다. 때로는 부당한 모함으로 눈물 짓기도 하고 심한 경우 정든 직장을 떠나야 하기도 했다.


본디 사내정치의 목적은 상호 이해를 도모하고 질서를 바로잡아 소속된 일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을진데 실상은 조직 구성원 간 편을 가르고 혼란을 야기하여 일부만이 이득을 취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부당한 이익을 누리는 소수가 대개 업무 역량과 사회성이 부족한 이들이라는 점이었다. 


업무 역량이 월등한 사람들은 사내정치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텃세나 편가르기보다는 조율과 협력을 추구했다.


업무 성과 창출이나 건강한 조직 문화 형성에는 기여하지 못하면서 이권에만 눈이 밝은 이들이 사내 정치를 장악하고 이끌어 가다 보니 대다수는 이에 불편함과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수년 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임원이 사내정치에 휩쓸려 퇴사하고,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앞장섰던 선배가 사내정치의 희생양으로 몰려 좌천되는 것을 목격하며 나 역시 심한 환멸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정치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학연과 지연, 담배와 술로 이뤄진 그들만의 끈적한 네트워크는 사방에 퍼져 있으며 모함과 간계, 가로채기와 따돌리기를 중심으로 형성된 그들의 전술은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우리의 직장 생활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사내정치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 뿐이다. 가담하여 그 일원이 되거나 용기를 내어 굳세게 맞서거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선택지는 장단점이 확실하다. 첫 번째 선택지를 택한다면 당신은 업무 역량이나 성과에 비해 빠른 승진과 많은 권한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승세가 뒤집힐 경우 비참하게 퇴장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선택지를 택한다면 스스로의 양심과 정의를 지키고 동료들의 암묵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지만 헌신한 노력에 비해 상처뿐인 결말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당신이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에 능하고 직장에서 추구하는 것이 오직 권력과 돈뿐이라 첫 번째 선택지를 택하면 된다. 만약 당신이 의협심이 강하고 맷집이 두둑하며 직장에서 잘려도 먹고 걱정이 없다면 번째 선택지를 택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사내정치는 거북하지만 생계 유지와 자기 발전을 위해 직장에는 남아야 하는 숙명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눈에 띄는 특별한 장점은 없지만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직장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 번째 선택지를 고르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내정치는 양날의 검과 같다.

칼자루를 잡은 쪽도, 강하게 반격하는 쪽도 언제든지 베일 수 있다.  


사내정치에 동참하는 것은 직장 내 적군과 피해자를 만든다는 것을 뜻한다. 사내정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은 상당한 피해와 희생을 각오하고 승산이 적은 싸움에 뛰어드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나름의 목적과 의미가 있겠지만 부당함에 타협하거나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명하게 직장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양날의 검을 내려놓아야 한다.


사내정치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두고 나만의 길을 걷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사내정치의 압력묵묵하지만 끈기있게 맞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며,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직장 내에서 나의 입지를 정당하게 굳혀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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