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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수집가 Jun 26. 2023

내게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인생 질문에 대해 나조차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

물리적 법칙으로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현재'를 새로고침하며 '과거'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 망상을 잘 못하는 TJ이지만 가끔은 나도 생각해 본다.


내게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는 단 하루가 있다면 나는 언제로 가 보게 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질문보다 중요하다.  아마도 그 지점은 현재에 대한 가장 큰 상실과 후회의 순간일 것이므로.


머릿속에 떠오른 가장 첫 번째 장면, 나는 뜻밖의 답에 스스로 놀란다.


나는 2010년대의 어느 하루로 간다.

장소는 우리 집 거실이다.

인물은 나와 아이이다.

아이는 동심을 수놓은 화려한 놀이방 매트가 깔린 거실 바닥에 미니카를 줄지어 세워 놓는다.

그리고 또 미니카를 손에 들고 나를 바라본다.


'엄마, 이것 좀 봐 봐.'

나는 가볍게 웃는다. 눈은 아이를 바라본다.


'자동차가 엄청 많네?
모두 다 어디를 가고 있을까?'

30대의 젊고 슬픈 나는 아이를 보며 희망한다.

세상의 모든 서사에 대한 자기중심적 호기심 앞에서 부디 무표정하지 않기를,

엄마의 대답을 기다리는 간절한 선망 앞에서 온 힘을 다한 진심의 호들갑을 잊지 않기를,

현재의 자신에 대한 몰입만이 가득한 아이의 목소리 앞에서 과거의 어느 타인이라는 그림자에 묻혀 지쳐 있지 않기를,


그것이면 된다.


엄마도 사람이라고,

감정은 날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숨김없이 솔직했던 날 것 그대로를 아이에게 보여주었던 날들은 원죄처럼 잊히지 않는다. 내 작고 여린 자아 때문이겠지.


결국 모든 후회는 나로부터 생겨난 자식이라는 존재에 대한 태생적 미안함이었나 보다. 신 또한 그러하겠지.


자신을 닮은 빚어낸 인간을 아직 잊지 않은 신의 배려로 과거의 어느 한 장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면 된다.

특별한 것 하나 없는 흔한 어느 육아의 순간으로.



어느 새 엄마보다 불쑥 커 말수가 부쩍 줄어든 아이를 보며 부질없는 마음을 다 한 사과를 해 본다.

그 어느 흔한 육아 속의 아이
엄마 손이 높지 않은 아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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