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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수집가 Jan 19. 2024

‘잦다’의 두 얼굴: 잦아들다 – 잦아지다

잦다 – 잦다 (잦아들다 – 잦아지다)

같은 단어 아니었어? 아니었구나!


다들 이런 경험 있으시죠? ‘잦아들다’와 ‘잦아지다’, 분명 모두 ‘잦다’에서 온 단어인데 왜 맥락을 보면 정반대의 의미처럼 읽히는지 혼란스러웠던 경험 말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고등학생 때 이 두 단어를 두고 고민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 보니 여전히 그때의 저처럼 이 두 단어를 혼동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잦아들다’와 ‘잦아지다’는 ‘잦다’라는 형태의 단어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단어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동음이의 관계라는 언어적 배경이 또 깔려 있답니다.    

  

● 잦다1: [동사] 거친 기운이 잠잠해지거나 가라앉다.

   [예] 밤새도록 뱃전을 때리던 폭풍우의 세찬 기운은 새벽이 되자 약간 잦았다.

● 잦다3: [형용사] 잇따라 자주 있다.

   [예]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잦다.  

   

사전에서 ‘잦다’를 검색하면 모두 3개의 단어가 나오는데 그중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1번과 3번입니다.

먼저 ‘잦다1’은 동사로서 어떤 것이 잠잠해지는, 즉 횟수가 적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이고 여기서 ‘잦아들다’라는 단어가 만들어집니다.  


● 잦아들다: 거칠거나 들뜬 기운이 가라앉아 잠잠해져 가다.

   [예] 바람이 잦아들다. 불길이 잦아들다     


반면 ‘잦다3’은 형용사로서 어떤 것이 자주 있는, 즉 횟수가 많아지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이고 여기서 ‘잦아지다’라는 단어가 만들어집니다.

 

● 잦아지다: 어떤 일이나 행위 따위가 자주 있게 되다.

   [예] 그는 요즘 회사에서 일이 많다며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다.    

 

즉 반의 관계라고까지 볼 수는 없지만 비교적 서로 상반되는 의미가 있는 각각의 단어 ‘잦다’는 서로 동음이의 관계에 있고, 각각의 단어에서 ‘잦아들다’와 ‘잦아지다’가 만들어지다 보니 사용상의 혼란이 생겨버리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질의응답을 참고해 보겠습니다.      

               


● 질문: '잦다'와 '잦아들다' 모두 '잦'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데, 이 둘의 뜻은 전혀 상반되는 그림이니 사용할 때마다 신기했었습니다. '잦다'와 '잦아들다'는 서로 어떠한 연관성도 없이 그저 우연히 같은 글자가 사용된 건가요?

● 답변: 동사 '잦다'와 '잦아들다'의 쓰임을 문의하신 것이라면, 동사 '잦다'는 '거친 기운이 잠잠해지거나 가라앉다'를 뜻하고, 동사 '잦아들다'는 '거칠거나 들뜬 기운이 가라앉아 잠잠해져 가다'를 뜻한다는 점에서 상반되는 의미를 보인다고 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잦아들다'에 쓰인 '잦다'는 표준 국어 대사전의 '잦다1'의 쓰임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2021. 4. 12.,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윗글에서 질문자는 ‘잦다’와 ‘잦아들다’가 서로 상반되는 의미로 쓰임을 경험하고 두 단어의 관계를 묻고 있는데요. ‘잦다’의 품사를 밝히고 있지 않아 어떤 단어를 묻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질문은 아니지만 질문의 의도로 짐작건대 동사인 ‘잦다1’에서 만들어진 ‘잦아들다’와 형용사인 ‘잦다3’에 대한 질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우리와 같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답변자는 그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고 ‘잦다1’과 ‘잦아들다’의 사전상의 뜻을 근거로 상반되는 의미를 보인다고 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잦다’를 한 번이라도 검색하고 질문했더라면, 답변자는 사람들이 이 두 단어의 관계를 어떤 면에서 어려워하고 있는지를 파악했더라면 이렇게 동문서답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 질의응답이네요.     

<문해력이 쑥쑥, 한 줄 요약>

동사인 잦다1과 형용사인 잦다3은 소리만 같고 뜻은 다른 동음이의어입니다.

각각에서 잦아들다잦아지다가 나왔으며 서로 상반되는 맥락에서 쓰입니다.




● 동음이의어로 인한 혼동을 피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무리 동음이의 관계임을 아는 단어라 하더라도 두 단어가 인접하여 등장하거나 맥락을 통해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당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러 혼동을 주는 수사적 효과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글을 쓰는 사람은 되도록 동음이의 관계를 해소해 주는 글을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의어를 활용하여 바꿔 표현함으로써 혼동을 피하는 것입니다. 다음 문장을 참고해 보세요.

    

* 바람이 잦아들면서 손님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 1. 바람이 잠잠해지면서 손님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2. 바람이 잦아들면서 손님들의 방문이 빈번해지고(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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