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미끄럼틀 위에서

기린 미끄럼틀은 재미있지 않고 슬펐다

by 구름 수집가
기린 미끄럼틀 재미있지요
기린 기린 목에서 미끄럼 타면
아주 아주 먼 곳을 갈 것 같지만
내려와서 보면은 운동장이죠



아기 동요 CD에 들어있는 기린 미끄럼틀이란 노래.

2011년 너는 두 살,

나도 따라(서른) 두 살 같던 그 시절,

노래가 왜 그렇게 슬프게 들렸지.

마치 그때 내가 있던 그곳이

기린 미끄럼틀 같은 데라서 그랬을까.

엄청나게 높은 세상의 한가운데

혼자 외롭게 존재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내려와서 보면

한 발도 내딛지 못한 그 자리임을 알게 될까 봐.


그때 우리의 미끄럼틀은

코끼리 미끄럼틀이긴 했는데

그위에 올라가서

세상에 없는 함박웃음을 짓던 너를 보며

세상의 막막함을 한 번씩 털어버리던


그때 그 노래는

미당의 추천사보다도 더욱 슬펐다.




어느덧 내 발보다

훨씬 더 커버린 네 발을 보며

그로부터 십 년이,

십 년이 지났구나 놀라워한다.

너는 이제 열두 살,

나는 이제 마흔두 살을

찾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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