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길도 내 길이 아닐 수 있다는 진실

by 우희경

보통은 타인에게 내가 바라지만 없는 결핍이 보이면 부러워진다. 요즘 가장 부러운 건, 홀홀 혼자 떠날 수 있는 싱글 라이프이다. 혼자 맥주를 마시며 재미있는 코믹 영화를 보며 낄낄대며 여유를 즐겨보는 것, 휴양지에 가서 하루 종일 커피 마시며 책을 읽다 오는 것. 노는 것도 지겹다 할 만큼. 누구에게는 사소한 일상도 그런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우리 사람이 원래 이리도 간사하다.

싱글 라이프를 즐길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자기가 번 돈으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거다. 결혼 전, 여행과 더불어 내 삶의 위안을 주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피부 관리를 받는 거였다. 피부 관리는 내 피부를 관리 받는 그 이상의 힐링을 준다. 한 두시간 누워 간단한 마사지를 받고 스르륵 잠이 들고 나면 일로 받았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결혼 전, 아는 동생의 결혼 준비를 도와주다 함께 피부 관리 샵에 가게 되었다. 한 눈에 봐도 젊어 보이는 샵의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충격을 받았다. 나와 동갑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서른 초반의 나이에 꽤나 규모가 큰 피부 관리 샵을 운영하고 있었다.

20대 초반에 피부관리샵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지금은 직원 두 명을 데리고 억대 연봉의 CEO가 된 것이다. 사업 수완도 좋아 계속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와 몇 번을 만나면서 그녀의 삶이 부러워 잠이 오지 않았다. 아주 쿨해 보였다고나 할까.


‘피부 관리는 나도 좋아하는 일이고, 대부분 기계로 하던데, 나도 한번 해 볼까? 나도 나중에 샵 하나 차리면 되지! ’ 라는 생각까지 미쳤다.

그렇게 다음 날부터 피부 관리를 배워준다는 교육기관을 알아보고 바로 수강권을 끊었다. 매일 퇴근 후 교육기관에 들러 하루에 2시간씩 피부 관리를 했다. 피부학을 기초로 이론을 공부할 때 까지만 해도 전혀 새로운 분야에 재미를 느꼈다. 실기를 공부할 차례였다.

피부관리사는 기본적으로 손으로 상대방의 피부를 진단하고 그에 맞게 손 마사지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실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굉장한 육체 노동이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에너지가 있는데. 피부관리사는 자신의 에너지를 손이라는 도구를 통해 마사지를 하면서 기를 전해 주는 거였다. 그래서 그런지 실기 수업을 마치고 나면 항상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끝까지 가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느라 실기를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니 집에 돌아가서 엄마나 동생에게 테스트를 해 보며 실기 시험을 준비했다. 몇 개월의 교육과 실기 시험을 준비하여 마침내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쉼 없이 달려오며 자격증을 땄을 때, 그동안의 노고가 다 풀리는 듯 했다. 차분히 앉아서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피부관리사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나는 정말 이 길을 원하는 걸까? 나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길인가? 왜 이 것을 배웠지?’


스스로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나에게 질문을 하면 할수록 나는 남의 인생이 부러워 선택했던 것에 불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적성도 재능을 고려한 것도 아닌, 나와 동갑인 피부관리샵 원장의 삶이 부러웠던 것이다. 더군다나 실제로 피부관리를 배우면서 오히려 나는 손을 쓰는 직업에는 맞지 않는 사람이란 것만 알았다. 또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착각했던 건, 받는 것과 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쉬워 보이고 단순해 보이는 일도 자신과 맞지 않다면 소용이 없다.

그 일이 나에게 일적이 충만감이나 재능이나 적성에 맞지 않다면 고액 연봉을 받는다 하더라고 오래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의 일이라는 것은 해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다는 거다. 보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힘들고 배가 고파도 내가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도전하고 있다면 내 길일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단지 좋아 보여 선택해서 해 봤지만 남의 일 같이 느껴진다면 내 길이 아니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선택을 하고 스스로 자신에 대해 알아 가다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남의 인생이 부러워 배만 아프며 지내기 보다는 한 번 해 보고 아니면 미련이 없다는 걸. 피부관리사 자격증 앞에서 나는 쓴 웃음을 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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