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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희경 Nov 17. 2019

내 인생의 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아들아. 너의 인생의 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걱정 말아라.”     


 블로그를 하다가 읽게 된 글 이었다. 본인을 50대 직장인라고 소개하는 분이셨는데, 남들은 퇴직을 고려하는 나이에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했다. 이런 아들에게 노부모가 아들을 응원하며 해 주신 말이라고 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50대의 아들에게 어머니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100세 인생, 아니 요즘 통계학에서는 120세를 평균 수명으로 규정짓고 있다. 이런 롱런을 해야 되는 삶에서 50대는 아직 반 밖에 지나지 않은 시기이다. 그러니 사람에 따라 꽃을 피우기에도 늦지 않은 때이다. 이런 장수 시대에 언제라도 꽃을 피우기에 좋은 때는 없다. 의사 출신 일본의 한 할머니는 퇴직 후 처음 컴퓨터를 배웠다고 했다. 컴퓨터를 배우면서 노인들에게 쉽게 이런 것을 알려주는 앱(APP)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앱을 직접 개발하는 앱 개발자가 되었다. 그녀 나이 무려 100세이다. 남들은 삶을 마무리 할 때 그녀는 또 다른 삶을 개척했다. 그런 삶을 다시 책으로 써서 작가가 되고 강연도 다니신단다. 나이를 잊은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넘어 경의를 표한다. 

 한번은 고민이 있다는 아는 동생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동생은 37살로 서른 후반의 나이에 이루어 놓은 게 하나도 없다며 한탄을 했다.      


 “언니. 이제 마흔이 코앞인데,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이제 곧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말이야. 다른 일을 해야 할까? ”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거야?”

 “딱히 그런 것도 아니야”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때를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아!”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꽃을 피우는 시기를 알 수는 없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이라는 트로피를 거머쥔 사람들조차 이때쯤 성공하겠구나 하고 나아가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자신의 일을 숙제하듯 풀다가 다른 단계로 도약하면서 어느 순간 성공이라는 트로피를 손에 쥐게 되었다. 

 살다보면 착각하기 쉬운 것이 있다. 이를테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 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자신의 인생에 정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꿈꾸었던 일을 해내고 나면 허무해 지는 경우도 있다. 그것을 손에 쥐고 나면 또다시 일상이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고민 상담을 요청했던 동생 역시 10년 전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이루고 싶은 본인의 꿈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이루고 10년 정도 하고 나니 일상이 되어 더 이상 설레지 않을 뿐이다. 그 다음 꿈이 없기 때문이다. 

 인생의 꽃 피우는 시기를 성공이라는 단어에 한정을 짓다보면 어쩌면 영원히 그 꽃피우는 순간이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꽃이 어디 일생에 한번 만 피던가? 해마다 겨울을 이겨낸 가지에서 봄이 되면 꽃이 핀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의 평범한 인생도 살면서 몇 번의 꽃은 피웠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을 때, 바랬던 직장에 들어갔을 때, 이상형의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을 때, 기다리고 기다렸던 아이를 만났을 때. 모두 각자의 인생에 꽃이 피었던 때 이다.


 자신의 인생에 한 번도 꽃이 피었다고 생각되지 않은 사람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남의 기준에 맞춰진 경우가 많다. 37살의 잘나가는 CEO가 된 그녀의 삶에서, 37살 골프를 치며 여유있게 살아가는 친구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37살에 변변한 직장 한번 다녀 보지 못한 친구들고 많고, 남자 친구 한번 사귀지 못한 모태 솔로들도 수두룩하다. 해외 여행은 커녕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 친구들도 많다. 그런 친구들과 비교하면 또 내 삶도 그러 저럭 잘 살아온 인생 같다. 

 내 삶의 대한 비교는 5년 전 나와 10년 전 나와 비교해야 가치가 있다. 적어도 5년 전 자신보다 더 발전된 삶을 살고 있다면 5년 전 내가 원했던 것을 이루며 살고 있다면 그 해의 꽃은 잘 핀 것이다. 

 나이 50에 새로운 삶에서의 인생의 꽃을 피기를 기다리는 중년의 설렘에서, 100세가 넘어 도전한 삶에서 인생의 꽃을 다시한번 피운 일본의 할머니에게 인생에 대한 여유를 배웠다. 

 지금 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을 뿌리고 있다면 조금은 차분하게 기다려 보자.      


“당신 인생의 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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