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요즘 받침 없는 글자를 공부 중이다. 무엇이든 때가 있는 법~! 다섯 살 때부터 아이는 한글을 알려달라 했지만 모양 인식과 변별이 힘든 아이에게 글자를 알려주는 것은 엄마의 인내를 시험하는 일이었다. 매번 곧 알게 될 거라는 말로 아이를 진정시키며 나는 한글 공부를 줄곧 미뤄왔다.
이번 겨울 방학 동안 아이는 다시 한글 공부를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함께 길을 걸으며 짚어 읽는 글자를 보니 그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단계는 지나 나도 '그때가 지금인가?' 했다. 그리고 [기적의 한글] 시리즈를 바로 주문했다.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하루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 하루
나냐너녀노뇨누뉴느니 하루
...
어찌어찌 잘 지나와서
곧 하햐허혀호효후휴흐히를 앞두고 있다.^^
(크리스마스) 단어를 읽는다.
아이는
카캬커켜코쿄쿠큐크
라랴러려로료루류르리
사샤서셔소쇼수슈스
마
스
순서로 중얼중얼 읽는다. 자기가 하자고 했으면서 공부 불똥은 산타할아버지로 향한다.
"산타할아버지는 좋겠다.
딱 한 번만 일하면 되잖아!"
모르긴 몰라도 산타할아버지가 이 말을 들으면 무슨 느낌일까 생각했다. (엄마아빠) 산타는 살짝 억울하기도 했다.
잘 밤에 아이와 함께 누워 첫째에게 말한다.
"쭈야, 윤이가 산타할아버지는 일 년에 하루만 일해서 좋겠다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뭔가 다른 대답을 원했던 내 기대와 달리
"우와~!! 맞네! 진짜네! 윤이 똑똑하네."
첫째는 엄청난 발견을 둘째가 해낸 듯 치켜세운다.
산타할아버지는 일 년에 하루만 일하는 꿀보직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