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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Mar 05. 2023

시스템이 맺어준 인연

신기하고 특별한 우리반

학반이 배정되고 만난 '담임'이란 존재가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벌써 특별하다. 참 신기하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 사이에 오고간 이야기가 재밌다. 올해 6살이 되는 아이는 새 담임선생님께 벌써 '사랑해요'라는 고백을 했다. 같은 날, 그 아이는 작년 담임선생님을 보고는 고개를 훽 돌렸다. 작년 담임선생님이 올해 담임선생님께 '벌써 ○○ 마음이 변했다는데 고백까지 했을 줄은..'하며 농담스런 분위기에 약간의 서운함을 섞어 말했다. 아이의 줄서기(?) 시도는 우리반에서도 이어진다. 이틀 만난 아이들이 마치 오래 봤던 양 와서 달려와서 안긴다. 나도 아이를 꼭 안으며 미소가 피어난다. 어제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내 앞에서 수다스럽게 펼쳐놓는다. 내 입에서 나온 격려의 한마디에 무표정한 아이의 얼굴이 환해지고 으쓱하는 힘이 느껴진다.


시스템이 맺어준 인연이지만 내게도 아이들은 특별해진다. 주말이지만 몸과 입이 쉬는 시간들에 반 아이들이 문득 생각난다. 첫날과 이튿날, 아이들 이름과 얼굴을 익혀가며 잘못 부른 사건들에 미안해진다. 이름도 비슷하고 이미지도 비슷한 아이들이 헷갈리게 한다. 시간이 지나며 우리 사이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쌓이면 비슷한 아이는 하나도 없어지겠지.


우리집 아이들과 동물원에 갔다가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보여줄 동물 사진을 찍었다. 금요일에는 치과 진료를 갔다가 유아기 어린이들의 치아관리에 대해 의사선생님께 여쭸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공유하기 위해서다. 시스템이 맺어준 인연인 27명의 아이들은 벌써 내 삶 안으로 침투했다. 참 신기한 일이다.  


7세는 유치원 경력 3년차임을 여실히 보여준다(우리 원에는 5세부터 유치원에 다닌 아이들이 많다). 내가 우왕좌왕하면 '지금 우유 먼저 마실까요? 놀이 먼저해요?'하고 선택지를 준다. 줄을 서자고 하면 알아서 문 앞부터 순서대로 서고, 줄이 완성되니 알아서 자리에 앉는다. 학년초 전문가같은 아이들이 우리반에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진심으로 '우와, 우리반 진짜 대단하다~!'를 연신 외친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는 행복을 공유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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