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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Mar 19. 2023

주말이 있는 삶

복직하고나니 하루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나싶을 정도로 시간에 속도가 붙었다. 반면 몸의 체력은 한계가 있는지 월화수목금의 속도만큼 매일을 빠르게 회복하지 못한다. 휴직하며 잊었던 주말이 다시 살아났다. 일을 하며 기다려지는 주말이 있다는 게 삶을 활기차게 만든다. 주말동안 뭘 할지 구상하고, 오늘-지금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린다. 어제는 아이들과 시내에 나가 토요일을 즐기고 돌아왔다. 오늘은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가능한 잔소리없는 일요일을 보냈다.


인생의 시기마다 특정 음계가 있다면 어린이의 시기는 장조같다. 집에서는 2개의 밝은 음이, 교실에서는 27개의 밝은 음들이 어울리지 못하고 '나만 들어줘요'하고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같은 오선 안에 있는 나도 어느새 장조의 에너지로 살고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대에 접어들며 '단조'의 느낌이 강했는데, 요즘은 어린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삶들의 위대함을 느끼며 그들의 존재에 감사하게 된다.


어린이스러움과 교사다움, 부모다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같은 시절를 공유하며 함께 생활하고 각자의 삶에 서로 흔적을 남기며 살아간다. 함께 어우러진다. 때로 교실 밖(학부모, 교육 시스템)의 일들이 어우러짐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어쨋든 우리들의 하루하루를 밀고 나간다.


일요일 저녁, 주말의 막바지에서 월화수목금을 걱정하다가 당장 내일부터 주말을 기다리고 있을 내 모습에 픽하고 웃음이 난다. 월화수목금의 걱정에도 함께 만날 누군가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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