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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Jun 13. 2023

유치원에서 제로웨이스트는 불가능할까?

요즘 우연히 제로웨이스트와 관련한 책을 읽고 있다. 쓰레기를 안생기게 살 수는 없다. 당장 하루일과에서도 소모품이나 일회용제품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실천은 불가능하다는걸 곧 깨달았다. 하지만 물건을 선택할 때 꼭 필요한지, 두고두고 사용할 것인지, 내가 사용하고 버려질 물건은 어디로 가게 되는지 등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 생각이 내게는 잠시 머뭇거리게 하는 장치가 된다. 덕분에 예전보다는 덜 소비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유치원의 교육환경은 환경을 보호한다기보다는 파괴하는 쪽에 가깝다. 놀이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재료를 제공하고, 그 재료들을 붙이기 위해서 많은 접착제와 테이프들이 이용된다. 위생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은 손을 씻을 때마다 종이타월을 한두장씩 쓰고 버린다. 지구가 아프다고 하면서 플라스틱빨대를 놀이 재료로 준다. 유치원에서 물건을 고를 때의 기준은 예산이지 환경이지는 않다.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미래 지구에서 살아가야하는 아이들에게 모든 환경을 마음껏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지구 환경의 순환적인 고리를 아이들이 이해하고 일상에서 조금씩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놀이재료는 한정적일수 밖에 없는가?

놀이의 가치를 위해 파괴되는 환경은 괜찮은 것인가?

재활용을 강조하면서 만들기를 통해 재활용마저 못하게 만드는 건 괜찮은 것인가?

등이다...


선형적인 구조(생산.소비.버려짐.생산.소비..)로 살고있는 것이 익숙한 내게 순환적 구조는 참 어렵게 느껴진다.


어렵다ㅠㅠ


지금 교실에서 내가 하고 있는 실천은..

고작 "몇달 사용할 것 아니면 코팅하지 않기, 몇달 사용할 것 아니면 우드락 사용하지 않기"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 실천만으로도 우리교실은 덜 반짝이는 느낌이 든다. 쓰레기로 이어질만한 것들은 아이들의 놀이재료로 제공하기에 계속 주저하게 되기때문이다. 레고나 견고하게 만들어진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끄적임을 위한 다른 면들을 가진 재료 중에 그나마 종이에 표현하는 걸 격려하게 된다.


사실 더 큰 책임을 느끼게 하는 것은 26명의 아이들에게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라면 무엇이든 아무렇게 소비해도 된다는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돈 외에도 다른 가치를 함께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방법을 잘 모르겠다ㅠㅠ


지구와 더불어 살기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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