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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Feb 20. 2024

아이가 또 자랐다.

아이가 혼자 손톱을 처음으로 깎기 시작한 날, 나는 왠지 뿌듯해졌다.

어머! 이건 꼭 남겨야해! 


둘째가 혼자 손톱을 깎았다. 아이의 손톱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이 이렇게 찾아 오다니!

둘째의 손톱에는 거스러미(경상도 사투리로 까시래기)가 유독 자주 일어난다. 손톱 옆에 새로운 가닥이 하나 일어날 때면 호들갑을 떨며 "엄마, 엄마, 여기 또 이래!"하며 나를 찾는다(아빠를 찾을 법도 하지만 엄마를 찾는다). 큰 가닥에는 보기에도 아파보여 몸이 바로 움직여지지만 아주 자잘하고 세세한 거스러미에는 이제 로션을 발라보라는 처방으로 시간을 미루기도 한다.


주로 아이가 거스러미를 발견하게 될 때는 하필이면 집안 일을 모두 마치고 소파에 편한 자세를 잡았거나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게으름을 피고 있을 때다. 어느 날, 아이는 또 거스러미가 일어난 손을 보이며 내 침대 위로 찾아왔다. 이전에도 손톱깎이 권한을 넘볼 때가 있었으나 아이의 안전과 세밀함을 생각했을 때 허락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날은 나의 게으름이 아이를 향한 염려를 이겼다. 게으름 덕분에 둘째는 손톱깎이를 컨트롤할 있는 권한을 얻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또각, 또각, 또각.

"엄마, 나 손톱도 깎았다~!"

손톱 모양대로 예쁘게 깎지는 못했지만 대각선으로라도 짧게, 그리고 안전하게 깎은 것이 어디냐!!

 

나는 왠지 뿌듯해졌다. 니가 이만큼 컸다니!


넌 스스로 컸지만, 옆에서 지켜봐 온 나도 너무 뿌듯하다!


아이가 커서 

"엄마, 나는 언제부터 혼자 손톱 깎았어?" 라고 묻는다면,

"응, 7살이 끝날 무렵?"이라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속도대로 차근차근 세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아이가

고맙다. 그리고 아이의 손톱에서 해방시켜준 그 날의 게으름에도 감사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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