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동안 5개가 넘는 에피소드가 우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랑 재잘재잘, 우리의 대화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불안한 엄마의 마음이 녹아있다.
# 1.
재잘재잘재잘
“윤아, 엄마가 오빠야랑 윤이중에 오빠야한테만 더 잘해준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없는데? 근데 그래도 괜찮아. 왠줄알아?”
“왜?”
“오빠야는 나보다 2년 더 살았잖아? 그러니까 더 알려줘야되는 게 많으니까”
순간 눈물이 핑 돌 뻔 했다.몸이 작다고 마음이 작은 건 아니었다.
# 2.
재잘재잘재잘
아이의 1학년 학급에서는 ☆○△의 보상체계가 있다.활동지를한후,어느 날 친구들은 ☆을 많이 받았는데 자신은 ○와 △만 받아봤다는 아이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윤아, 지난 번에 별 못 받았을 때 무슨 생각했어?”
“다음에 받으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했는데?”
“응, 그럼 됐어. 엄마는 네가 열심히 했는데도 △랑 ○받아서 아직 속상할까봐 걱정했지, 근데 방금 니가 한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
“근데 나는 열심히 했는데 왜 그렇게 됐냐면, 선을 긋는데 자를 가지고 긋는다 말이야? 나는 자를 쓸려고 하는데 자가 막 움직여, 그래서 하기 어려웠고! 또, 색칠을 꼼꼼하게 한다고 하다가 종이에 구멍이 날 것 같았어. 그래서 그때는 세모랑, 동그라미 받은 거지.”
나름 자신의 이유가 있지만 학교에서 개인의 이유는 종종 생략되어 버리기에 나는 아이의 사정에 귀를 기울인다.
“그랬구나.”
“근데 이제 선 긋는 거는 다 했고, 별을 받으면 마이쮸를 주고 동그라미랑 세모는 비타민을 주거든, 비타민은 금방 먹지만 마이쭈는 오래 먹을 수 있잖아? 그래서 나는 별을 받고 싶었는데 못 받아서 쫌 속상하긴 했지.”
“그래, 근데 뭐든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어서 마이쭈는 충치가 생기기 쉽지만 비타민은 충치가 덜 생길걸? 그러니까 마이쭈가 꼭 좋다고 할 수도 없는 거지.”
# 3.
재잘재잘재잘
“윤아 학교에서 선생님하고 이야기할 때는 어때?”
부끄러움 많아 어른에게는 선택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아이의 마음에 신경이 쓰인다.
“(웃으며) 근데 선생님이랑 이야기할 일이 잘 없어. 그래서 괜찮은데?”
하하하. 나름의 회로로 적응하고 있는 아이의 말이 재미있다.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 화장실 가고 싶어요. 하고 말하는데 내가 화장실까지만 말해도 선생님이 갔다고 오라고 해. 끝까지 말 안해도 선생님이 갔다고 오라고 말해주는데?”
속으로 그래, 화장실 가고 싶다는 필수적인 표현만 할 수 있어도 지금은 됐다 싶다.
나는 2학년 때까지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해서 친구가 대신 해줬는데 걔가 수업 시간에 [선생님! 은미가 오줌 누러 가고 싶대요!]라고 엄청 큰 소리로 말해서 반 아이들 모두가 엄청 크게 웃고 그래서 얼굴이 빨개졌고 그 때가 정말 싫어서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런데 커서 보니 그냥 말하면 되는 거였는데 계속 말을 참다 보니 말이 나오는 문이 작아져서 꼭 해야 하는 말도 학교에서는 못했다고 말했다.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이의 입장에서는재미있나보다.내말을다들은어른에게말못하는내 아이는
“엄마, 그냥 말하면 되는데? 그걸못했어?” 한다.
내가지금 딸에게하고 싶은 이야기를 딸이 나의 어린 시절에 대고 하고 있다.
# 4.
재잘재잘재잘
“엄마, 근데 나는 정말 궁금한 게 있어. 지난번에도 물었는데 제대로 대답을 안 해줬잖아.”
“뭔데?”
“저기 별이랑 달있지? 달은 하늘 위에 떠 있는데 우리는 왜 못 날아?”
“날개가 없어서?”
“아니지, 별이랑 달도 날개가 없잖아? 그런데 하늘에 떠 있지?”
“글세, 왜 그럴까?”
아이의 황당한 질문은 과학적인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신랑에게 맡기자.
“윤아, 그건 아빠한테 나중에 물어보자. 우리가 저 달에 갈 수 있을까?”
“팡 뛰어서 줄을 저기에 건 다음 줄을 잡고 다다다닥 가면 되지 않을까?”
달과 우리 사이에 이어지는 만국기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아니면 저기 높은 아파트 있지? 저거를 막 잘라서 붙인 다음에 높게 쌓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면 되지 않을까?”
“레고처럼?”
아이의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 5
재잘재잘재잘
“윤아, 엄마 사촌오빠가 아파트를 짓는데 아파트 화장실 위에는 윗층 화장실이 있고 또 윗층 화장실이 있고... 그래서 그 사촌오빠는 아파트에서 똥 누기 싫대. 변기에 앉아있으면 누가 자기 머리 위에서 똥 싸는 것 같아 가지고! 진짜 웃긴데 그럴듯하지 않냐?”
아파트를 보며
“저기가 화장실이니까 저기서 똥 누고 똥 누고 똥 누고... 맞네?”
우리의 대화는 점점 산으로 가지만 30분의 짧은 산책 동안 나눈 대화의 여운은 그보다 더 오래 살아 남아 나는아이가 학교에 간 후, 별 보다 반짝였던 아이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종종 둘이 이야기를 하러 산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