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확신해도 되는 순간-2-

아쉬운 것이 없을 때 떠나라

by 난생

또 한번, 결혼을 확신해도 좋은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번에는 '이 사람이 정말 내 짝이 될 사람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이 시점에서 결혼을 해도 괜찮은 것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결혼을 결심하는 이유 중에는 사랑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도 많다.



여기 평생 가정불화에 시달리던 여자 C가 있다.

C는 어릴 때부터 화목한 가정에서 사는게 소원이었을 정도로

매일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보며 잠들고 아침에는 싸움 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그 과정 속에서 C는 방임됐다.


출근한 아버지를 뒤로하고 어머니는 매일 낮을 눈물로 보내며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고

그런 어머니에게 아무런 위로도 도움도 되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C 역시

무기력한 성장기를 힘겹게 버텨왔다.


그런 C가 자라서 성인이 되었다.

어두운 내면을 포장하려고 더 밝게 살아가려 애쓰던 그녀에게 다가온 남자가 있었다.

C의 남자친구는 싸움이라고는 모를 것 같은 푸근한 인상에

C의 말이라면 언제나 공감해주고 순응하는 착한 남자였다.

그의 부모님 역시 주말마다 함께 등산을 다니고 여행을 다니는 사이좋은 원앙부부였다.


그 모습을 보며 C는 생각했다.

'이런 사람이라면 이런 가족이라면 나도 화목한 가정을 가질 수 있겠다'


이성은 마비되었고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혼하기엔 아직 젊은 나이,

사회생활이라고는 고작 1년 직장생활이 전부라 경제적인 토대도 제대로 닦아놓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지만

C와 그녀를 너무도 사랑한 그녀의 남자친구는

'우린 인연이야. 지금이 아니면 결혼을 하지 못할 지도 몰라'하는 착각에 빠져 결혼을 서둘렀다.


C의 예상대로 그녀와 그녀의 남자는 깊은 사랑을 바탕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갔다.

결혼 직후 아이도 생겼다.

성실한 C의 남편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멋진 가장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결혼으로 인해 딸이 고생하는 모습을 본 친정 아버지가

사위를 인정하지 않고 면박을 주는 일이 많았고,

성급하게 결혼해서 시집 온 며느리 때문에 젊은 아들 앞길이 막혔다는 시댁에

C는 매운 시집살이를 당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그녀를 가장 서럽게 하는 것은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엄두도 내지 못할 때였다.


C는 가끔 내게 토로하곤 한다.

한 일 이 년만이라도 더 준비해서 결혼했다면 지금과는 훨씬 다른 삶을 살고있지 않았을까라고.

작게나마 친정에 손 안 벌리고 결혼을 했을 것이고,

이직에 성공해서 좋은 직장에 자리를 잡아서 경제적 기반도 다졌을 것이고,

그렇다면 아이를 키우기 위해 돈이 필요할 때마다 이렇게 속상한 일도 없지 않았을까.


나는 그러면 이런 대답을 되돌려주곤 한다.


성급함은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결혼을 일종의 피난처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 더 큰 어려움을 불러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C 입장에서는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혼을 하면 새로운 가정에 속하기 때문에

자신을 방임하고 학대하던 부모님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결혼'이라는 제도만이 꼭 그 방법이 될 수는 없다.


C는 조금 더 인내하며 자신을 단련하고 발전시켜서 따로 독립을 할 수도 있었다.

독립된 삶을 살면서 어느 정도 정제된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지금의 남편과 착실하게 결혼을 설계할 수도 있었다.


C의 이야기는 극단적인 예시일 뿐이다.


사소하게는 단지 '외로워서', '혼자가 싫어서' 결혼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사소한 이유라도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가 될 때

스스로는 그 이유를 혼자 힘으로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연습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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