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나니 더 보고싶은 아이
일요일,
오전부터 설렜다.
전날 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면회를 온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잠들었었다.
오전 10시에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여보, 애랑 잘 놀고 있어?
주말이라 다들 면회와서 웅성웅성하다ㅎㅎ"
시골 할머니댁에 맡겨진 아이와
모처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토요일부터 남편이 시골에 내려가있었다.
언제올까 싶어서 보낸 카톡이었는데
예상외로,
"빨리 가고싶은데 얘가 안갈려고그래..."
하는 답장이 돌아왔다.
시골에 친척 형들이 놀러와서
너무 잘노나보다 싶어서
그러면 서두르지 말고
저녁 면회때 잠깐 얼굴만 보자고 하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답장이 없었다.
설마 내 카톡받고 서둘러 오려고 준비하는건가 싶어서
아이나 남편에게 마음이 쓰였다.
몇 번이나 서두르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도 없이 잠잠하더니 한 시간 뒤 전화가 와서
결국 나와서 가고있다는 전화를 받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오전이라 피곤할 것 같기도 하고
애도 모처럼 신나게 놀 수 있으면
무리해서 오지 않아도 되는데...
괜히 내가 카톡을 보냈나보다.
시골에서 막 올라온 남편은
집에 짐만 던져두고
오후 3시쯤
아이와 함께 병실에 왔다.
커튼을 열고 내 침대로 "엄마..."하며
낯설고 조심스럽게 걸어오는 아이 모습에
와락 끌어안고 펑펑 눈물이 났다.
아이 눈에도 촉촉하게 눈물이 고여있었다.
내가 너무 꽉 끌어안았더니
애가 하는 말이
"엄마, 이러면 안돼 엄마 팔에 주사있잖아..."
무슨 애가 그런말을.
내 생각보다 더 더 많이
애가 보고싶었던 것 같다.
거의 열흘만에 안아본 아이 몸집이
너무 작고 여려서
아직 이렇게도 어린 아이구나 싶어서
그런 아이를 떼어놓고 있다는게
더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그 어린 아이는
그 작은 몸집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와락 아이를 안고 우는 나를 보던 남편도
조금 울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서둘러 케이크를 꺼냈다.
남편은 회식과, 시댁에서의 술자리가
이틀연속 겹쳐서
설사를 하는 통에
케이크는 손도 못대고
나와 아이가 케이크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좋아하는 초코 케이크를 안먹을 정도면
얼마나 속이 아파서 저럴까 싶어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다른 침대 산모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서둘러 케이크를 정리하고
병실 밖 휴게소까지 휠체어를 타고 나갔다.
아이는 자기가 밀고 싶다며
아빠 손을 연신 손잡이에서 떼어내고
결국 제 차지가 되게 했다.
"엄마 엄청 무거운데
우리 ㅇㅇ이가 엄마 밀어주고 있네?"했더니
"그러게 내가 미니까 엄마가 움직인다.
그런데 엄마보다 휠체어가 더 무거워!!"
하는데 풉 하고 웃음이 났다.
약간의 담소를 나누고
아이도 남편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을 보고
서둘러 집에 보내서 쉬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꾸 집에 일찍 가라고 하니까
남편에 처음에는 "왜? 왜???" 그러더니
결국엔 살짝 상한 표정으로
"알겠어"하고 대답했다.
그냥 걱정돼서 그런건데
맘 상했나?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시간 보내고 싶어서
휠체어를 타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돌아오는길에 볼에 살짝 뽀뽀 했는데
"엄마한테서 좋은 냄새 나"하면서
웃는 아이를 보고 놀랐다.
내 침대 옆에 눕게 한 후에
귀에 이어폰을 꽂아주고
유튜브로 동영상을 보여줬다.
아이는 조용히 없는 듯 누워서
내 손을 꼭 잡고 유튜브를 봤다.
같이 침대에 누워서
만화를 보던
지난번 내 꿈처럼
그런 시간을 보내니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다.
어느정도 보고나니까
아이가 스스로 이어폰을 빼길래
이제 집에 갈 준비를 하자고 이야기하고
다음에 또 만나자고 짧게 인사했다.
"엄마 내일 또 봐"하는 말에
"아... 주말에 보자^^"했더니
아이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사라졌다.
잘 가라고 인사하고
빈 침대에 앉아서 조금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러다 처음에 안아봤던 느낌이 되살아나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간호사들 말로는,
아이가 엄마 면회오고나면
잘 안떨어질려고 한다는데
나는 애보다 더 유난인 엄마같다.
빨리 퇴원해서
아이랑 같이 있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