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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생 Sep 02. 2016

내가 치매 노인이라면 우리 아이는 내게 어떻게 할까?

아이를 훈육하는 엄마의 마음가짐

이성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유아기 아이들.

4살 우리 아들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지독하게도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그런 아이를 훈육해오면서 내가 했던 생각이 있다.


'내가 만약 치매 노인이고, 이런 나를 내 아이가 돌보고 있다면...?'

이렇게 가정을 하는 것이다.


치매에 걸려 이상 행동을 하는 것이 내 뜻이 내 뜻이 아닐진데

아이가 그런 나에게 제대로 일러주지도 않고 무지막지하게 화를 내고, 때리고 윽박지른다면

상상만해도 서럽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지금 세상에 나온지 2~3년밖에 되지 않는 아이가 무슨 천지분간을 한다고 사리분별을 하겠나 싶었다.


음식을 먹다 아무데나 던지고 장난치고, 묻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어디든 제 맘대로 돌아다니고, 공공장소에서 요란하게 군다거나...하는 일련의 이상 행동들.


이런 행동을 뭘 알고 그러는 것이 아닐텐데 무턱대고 화만 내는 것보다 제대로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내가 훗날 치매에 걸려 천지분간 못하고 이상 행동을 보일 때,

내 아들이 나에게 이렇게 대해주었으면...하는 마음가짐으로 아이를 대했다.


무슨 일을 저질러도 남을 때리거나 피해를 주는게 아닌 이상 버럭 화내지 않고 먼저 설명을 충분히 해주었다.


물을 방 안에 뿌리면 안되는 이유,

밥 먹을때 밥과 반찬을 물에 모두 섞어버리면 안되는 이유,

식당에서 뛰어다니면 안되는 이유,

상처에 붙인 밴드를 자꾸 떼면 안되는 이유,

티비를 주먹으로 치면 안되는 이유,

어항에 손을 집어넣으면 안되는 이유,

치약을 먹으면 안되는 이유,

양치를 안하면 안되는 이유, 

립밤이나 로션을 머리카락에 바르면 안되는 이유,

바지나 방바닥에 쉬를 하면 안되는 이유,

정리정돈을 안하면 안되는 이유,

티비를 많이 보면 안되는 이유 등... 알려줘야 할 이유들이 너무 많았다.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저 "야!! 하지마!! 안돼!!"하고 소리칠 수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치매 걸린 나를 구박하는 아이 모습이 떠올라서 참을인을 새기고 또 새기고...


그렇게 4살이 되었는데 제법 행동을 절제할 줄 알고

버럭하기보다 이유를 계속 알려주는 이런 방법이 효과가 있음을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말이 안 통하고, 상식도 안 통하고

그러다보면 그냥 소리 한 번 버럭! 엉덩이 한 대 짝! 꿀밤 한 대 딱!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아직 남겨두고 있다.

정말 제대로 잘못한 일이 있을때만 '화'를 내서 따끔히 혼낼 수 있도록..

 

아이를 잘 훈육하는 데 꼭 필요한 한가지는 바로 엄마의 자제력이었다.

화 한 번 터뜨려서 바로바로 잠재울 수 있는 아이의 이상행동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설명하고 가르쳐서 스스로 자제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

자제력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먼저 버럭!하고 아이를 다그치면 나중에가서 이유를 설명해주더라도

아이는 수치심과 당혹감에 엄마의 가르침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아이의 입장을 배려하고, 역지사지로 나와 아이의 상황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는 것이

요즘 많이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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