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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dayoo Aug 17. 2022

리틀 포레스트 대신 리틀 썸머

유유자적의 마음을 준비했다.

사계절을 담고 있지만 특히 여름 냄새를 많이 품고 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밤 강가에서 나눠 먹는 수박, 시원하게 말아먹는 콩국수, 매미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엄마와 토마토를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장면  시골의 정취와 시원한 여름 음식을 충분히 맛볼  있는 영화.


그래서 여름이면 생각나는 영화  하나인 '리틀 포레스트'처럼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특히 영화를  다시 꺼내볼 때마다. 자연이 가까운 공간에서, 직접 기르지는 못하더라도 건강한 식재료로 음식을  먹으며, 시간의 여백을 즐기고 싶었다. 벌레도 무서워하면서, 겁도 많은 쫄보라 혼자 낯선 곳에서 잠도   자면서, 요리도 못하면서 말이다.


 년간 갖는 자체 안식년 동안 나만의 방식으로 리틀 포레스트를 기로 했다. 연속적인 4계절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호우시절처럼 계절마다 짧은 시절을 보내고 오는 것도 낭만이니까.


스스로 키운 작물들로 만들어 먹을  있는 공간도, 자급자족해서 지낼  있는 마당 있는 시골집이 나에게는 없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안동 농암종택에서 2 3일의 콤팩트한 리틀 썸머를 보내고 왔다.


 "농암종택에 오실 때의 준비물 한 가지는 유유자적의 마음뿐입니다"


농암종택은 낙동강이 흐르는 청량산 자락에 위치한 곳. 배산임수 그대로의 600여 년 된 종택이다. 대청마루에 앉아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모양과 감탄을 잇는 하늘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풍족한 곳. '내 삶도 계속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유한한 인생에서 찰나를 잘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 안내글에 쓰여 있던 글처럼 사색과 유유자적을 위한 최상의 공간이다.


곧 가지게 될 리틀 어텀을 기다리고 기대하며 나만의 리틀 썸머를 기록해본다.

눈뜨고 잘 때까지 무한대로 하늘 바라보기(계속 틀어놓은 tv처럼)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오묘하고도 아름다운 해 질 녘 하늘색 즐기기


맨들맨들 돌멩이 위를, 강가를 따라 걷기

시시 때때 자두와 천도복숭아 먹기

계곡 같은 강에 발 담가 보기  


온 햇살을 다 쬐고 있는 옥수수밭 바라보기

시골 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대자로 누워있기

느릿느릿 텍스트를 따라가며 책 읽기

선풍기 없이도 한옥 맞바람으로 시원하게 낮잠 자기

대청마루에서 그저 멍하니 멍 때리기

고양이를 무서워하지만, 종택에서 지내는 고양이와 인사해보기


내 신발인 양 고무신 신고 산책하기

'그래 너는 울어라', 매미소리 실컷 듣기

여기는 산속, 벌레와의 전쟁 치르기

해지는 밤이 되면 스르르 일찍 잠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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