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의 마음을 준비했다.
사계절을 담고 있지만 특히 여름 냄새를 많이 품고 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밤 강가에서 나눠 먹는 수박, 시원하게 말아먹는 콩국수, 매미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엄마와 토마토를 따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장면 등 시골의 정취와 시원한 여름 음식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영화.
그래서 여름이면 생각나는 영화 중 하나인 '리틀 포레스트'처럼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특히 영화를 다시 꺼내볼 때마다. 자연이 가까운 공간에서, 직접 기르지는 못하더라도 건강한 식재료로 음식을 해 먹으며, 시간의 여백을 즐기고 싶었다. 벌레도 무서워하면서, 겁도 많은 쫄보라 혼자 낯선 곳에서 잠도 잘 못 자면서, 요리도 못하면서 말이다.
일 년간 갖는 자체 안식년 동안 나만의 방식으로 리틀 포레스트를 갖기로 했다. 연속적인 4계절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호우시절처럼 계절마다 짧은 시절을 보내고 오는 것도 낭만이니까.
스스로 키운 작물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자급자족해서 지낼 수 있는 마당 있는 시골집이 나에게는 없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안동 농암종택에서 2박 3일의 콤팩트한 리틀 썸머를 보내고 왔다.
"농암종택에 오실 때의 준비물 한 가지는 유유자적의 마음뿐입니다"
농암종택은 낙동강이 흐르는 청량산 자락에 위치한 곳. 배산임수 그대로의 600여 년 된 종택이다. 대청마루에 앉아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모양과 감탄을 잇는 하늘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풍족한 곳. '내 삶도 계속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유한한 인생에서 찰나를 잘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 안내글에 쓰여 있던 글처럼 사색과 유유자적을 위한 최상의 공간이다.
곧 가지게 될 리틀 어텀을 기다리고 기대하며 나만의 리틀 썸머를 기록해본다.
눈뜨고 잘 때까지 무한대로 하늘 바라보기(계속 틀어놓은 tv처럼)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오묘하고도 아름다운 해 질 녘 하늘색 즐기기
맨들맨들 돌멩이 위를, 강가를 따라 걷기
시시 때때 자두와 천도복숭아 먹기
계곡 같은 강에 발 담가 보기
온 햇살을 다 쬐고 있는 옥수수밭 바라보기
시골 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대자로 누워있기
느릿느릿 텍스트를 따라가며 책 읽기
선풍기 없이도 한옥 맞바람으로 시원하게 낮잠 자기
대청마루에서 그저 멍하니 멍 때리기
고양이를 무서워하지만, 종택에서 지내는 고양이와 인사해보기
내 신발인 양 고무신 신고 산책하기
'그래 너는 울어라', 매미소리 실컷 듣기
여기는 산속, 벌레와의 전쟁 치르기
해지는 밤이 되면 스르르 일찍 잠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