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가 나에게 준 것
쉬는 타이밍은 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나의 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원래 쉴 계획이 없었는데 재취업 한 달을 남겨두고 안식년을 택하게 되었다. 지나고 보니 쉬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일의 로드를 만들어 갈 것인지, 그동안의 나의 커리어는 어땠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쉬는 타이밍은 필요했다.
사이드 프로젝터를 꿈꾸며
사이드 프로젝터를 꿈꾸며 몇 번의 시도를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프리랜서로 함께 일해보자며 제안받았던 곳에서는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는 않았다. 이래저래 다양한 걸 해보다 보면 선순환 연결이 되어 돌아오겠지 생각했다. 몇 가지 이래저래 활동을 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에서 하는 프로젝트 '신도시 도큐먼트 세 번째 : 파편의 드로잉'에 참여하고 있다. 재개발이 된 지 30년이 흐른 일산을 다시 기록하고자 일산 생활자들의 글과 그림으로 책을 만드는 작업이다. 나의 일산 이야기를 글로, 그림으로 엮어 한 구석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이라니 너무 기대된다. 논문 이후로 처음이다.
니트컴퍼니에 입사했다. 실제 회사는 아니고 가상의 회사다. 무업상태의 니트생활자들이 매일 스스로 정한 업무를 인증하며 일상의 리듬을 되찾고 다양한 사내 모임에 참여하여 사회적 관계를 쌓고 삶의 활력을 얻는 좋은 취지의 모임. 내가 정한 업무 덕분에 매일 5 천보 이상은 꼭 걷고 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제안이 왔다. 한 매거진에서 진행하는 마케터 양성 프로젝트에 멘토로 참여하는 것. 6주간 매주 1회씩 대면과 비대면으로 만나 기획안에 대한 방향성 제안과 코칭 등을 해주는 것. 내가 가진 노하우와 경험들을 공유하며 나도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나의 '잡'에 대한 고민
나는 홍보를 10년 넘게 했다. 쉬지 않았다면 당연하게 홍보 쪽으로 다시 일을 한다고 생각했을 텐데 이번에 쉬면서는 다시 취업하면 어느 분야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홍보 직무를 뽑는 곳은 잘 안 보이고 브랜드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콘텐츠 에디터 등이 내 눈에 더 띄었다. 홍보와 마케팅의 구분이 없어진 곳도 있고 업무 영역이 겹치는 곳도 많지만 나의 경력상 홍보 베이스가 강하다 보니 콘텐츠나 마케터로 커리어를 확장시키는 것이 가능할지 고민의 시간을 갖고 있다.
갈 곳은 있다
추워지면 일을 하고 싶었다. 올해를 꽉 채우게 쉬고, 내년 1월부터 일을 해도 좋겠지만 추운 겨울에 면접 보러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11월이나 12월부터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매일 몇 개씩 나에게 보내오는 잡서치 사이트의 메일을 받으며 이렇게 회사가 많은데 내가 갈 곳은 있기는 한 걸까? 란 생각을 했다.
"산 입에 거미줄 치겠니?"라던 엄마 말이 맞았다. 이력서 낸 곳 중에 면접을 보고 결국 내가 원했던 곳에 11월 중순부터 일을 하게 되었다. 잡서치 사이트에서 본 수많은 회사 중 내가 갈 곳은 있었다. 힘은 들고 시간은 필요할지언정 갈 곳은 있다는 것.
그리고 리프레쉬
좋아하는 것을 잘 안다는 건 나를 잘 안다는 말과도 통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지, 무슨 일을 하며 살면 좋을지 고민하며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 속에서 휴식을 얻었고 나를 다시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