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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입엄마 Feb 08. 2022

인생 첫 출산, 첫 수술 이름하야 제왕절개



  드디어 출산하는 날이 다가왔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이벤트였다. 하지만 실로 엄청난 일의 서막일 뿐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수술 전 마지막 초음파로 아이를 확인했다. 38주 2일 2.9kg 란다. 아이가 마른 편이라는 의사에 말에 막달에 열심히 먹었건만 살은 다 내게로 왔나 보다.


  수술실에 들어가고 척추마취를 시작했다. 내가 본 척추마취 후기는 누워서 새우등을 만든다던데 이 병원은 그냥 앉은 채로 허리를 굽혀서 마취했다. 솔직히 수술보다 마취가 더 무서웠다 생 바늘을 넣는다기에..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전혀 아프지 않았다. 마취과 선생님이 나이가 있으신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엄청난 고수이셨나 보다. 척추 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누웠다. 수술 부위가 뚫린 천을 몇 겹을 덮고 달그락 거리는 철 소리에 겁이 날 때쯤 담당 의사 선생님이 도착했다.


"긴장하지 말고 이제 자고 일어나면 돼요~"


  하아.. 마취가 안 되면 안 되는....... 기억을 잃었다. 역시 난 보통 사람이었다. 마취를 하고 정말 눈을 감았다 뜨니 수술 끝. 난 누워서 이동하고 있었다. 마취가 덜 풀린 나는 본능적으로 간호사 선생님께 물었다.


"아기는요?"


"네~ 3.5kg으로 건강하게 잘 태어났어요~"


  3.5kg?! 아니 초음파로 2.9kg라며!!! 38주 2일에 3.5kg라니... 자연분만으로 낳았으면 4kg 찍을 뻔했다.(남편이 4kg 우량아로 태어나 안 그래도 닮을까 걱정했었다) 아무튼... 무사히 건강하게 나왔다니 다행이다. 병실에 도착해 기절하듯 다시 잠들었다.


  난 제왕절개를 했기에 진통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편할 줄 알았다!!! 물론 진통보다야 훨씬 나은 고통이지만 그렇다고 우습게 볼 일은 아니었다. 잠에서 깨 휴대폰을 보려 해도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잠에서 깬 지 5분도 안돼서 또 잠이 들고 하루 종일 그것을 반복했다. 정말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본능적으로 든 생각이 '노산이었으면 엄청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이었다.


  이틀은 꼼짝을 못 하고 물도 마시지 못했다. 수술 전부터 공복을 유지하고 수술 후에 물도 못 마시게 하니 화장실 갈 일도 없다. 물론 그래도 소변줄은 꼽고 있는다. (하지만 난 물 먹는 하마라 가끔 몰래 한 모금씩 마셨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배가 전혀 고프지 않다는 사실이다. 링거를 맞고 있어서 그런가? 이럴 때 살이 알아서 좀 빠지면 좋으련만 오히려 온몸이 퉁퉁 부었다.


  삼일째가 되고 이젠 빠른 회복을 위해 움직여야 했다. 그렇다고 벌떡!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처음엔 옆으로 돌아눕는 것으로 시작해서 자동 침대를 이용해 상체를 점차 높여 앉는 것으로 서서히 적응해야 했다. 움직일 때마다 배가 쿡쿡 쑤셔왔다. 움직임이 좀 익숙해진 후 드디어 침대에서 벗어나 땅에 발을 디뎠다. 일어서자마자 눈앞은 핑 돌고 배에는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누가 배를 칼로 푹! 찌르면 이런 기분일까? 제대로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소변줄을 뽑고 첫 화장실을 갈 때는 정말이지 내장이 쏟아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배를 가르니 배에 힘들어가는 모든 일들이 곤욕이었다. 걸어야 회복이 빠르다는 말에 어지러워 쓰러질 거 같은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움직였다. 무엇보다 제왕절개를 해서 바로 아기를 보지 못한 괜한 미안함에 더 열심히 했다. 다행히 복도 벽에 손잡이가 있었다. 처음 입원할 때 '저게 왜 있나?' 싶었는데... 역시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간신히 몸을 이끌고 아기 면회 시간에 맞춰 신생아 실에 갔다. 아기를 기다리는 동안 온몸에 힘이 빠지고 어지럼증이 심해져 쓰러질 것 같았다.


'아.. 아기는 아무래도 조금만 보고 가서 쉬어야겠다.'


  드디어 첫 대면! 이상하다.. 태어날 때는 쭈글쭈글해서 못생기고 점점 이뻐진다고 했는데...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얼굴은 더 퉁퉁 붓고 눈도 작고 너무 못생겨서 깜짝 놀랐다. 아.. 딸인데... 이거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 그러나 저러나 마냥 신기했다. 방금 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어지러움은 저 멀리 던져버리고 집중에 집중을 더해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또 눈에 담았다.


'저 아기가 내 뱃속에서 살았단 말이야? 생각보다 엄청 작네.. '


신기하긴 했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엄청난 모성애를 느끼진 못했다.


'내가 비정상인가? 너무 감성이 없나? 아니면 낯을 가리는 내 성격 때문인가?'


그래도 엄마라고 정해진 면회 시간을 꽉꽉 채우고 나서야 다시 병실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 잠들었다. 임신 후기에 못 잔 잠을 몰아서 자기라도 하듯 난 입원 내내 엄청나게 잠을 잤다.

   

  제왕절개 후 통증은 생각보다 길었다. 자연분만은 선불 제왕절개는 후불이란 말이 있는데, 난 후불이 이렇게 까지 길 줄 몰랐다. (출산한 지 9개월이 지난 지금도 비 오는 날 수술부위가 쓰리고 쿡쿡 쑤신다.) 하긴 피부, 근막, 근육 등등을 칼로 베었으니 회복이 느린 것이 당연하지. 그리고 나 또한 지렁이 흉터를 피할 순 없었다. 역시 난 예외 없이 가장 보통의 사람이었다.


  제왕절개던 자연분만이던 몸이 축나는 건 다 똑같았다. 젊어서 낳야 회복이 빠르다지만 100% 원상복구는 절대 불가능했다. 모든 출산을 겪은 엄마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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